◎관동대지진 학살 추도비 건립/부도환사건 영화 상영운동/한국인 일군속 비극 영화화/징용현장 폐광서 라이브공연재일동포와 일본 시민들이 서로 손잡고 역사 바로알기운동을 활발하게 벌이고 있다.
일본인 교사, 향토사연구가들로 구성된 「간토(관동)대지진때 학살당한 조선인의 유골을 발굴해 추도하는 모임」(도쿄 03―3613―0947)은 희생자들의 추도비를 세우기 위해 1,000만엔 모금활동을 펴고 있다. 이들은 노인들로부터 수집한 학살관련 증언을 묶어 「바람이여 봉선화 노래를 날라 주렴」이란 책도 출판했고 지난달 초 도쿄(동경) 아라카와(황천) 하천부지에서 재일동포 학생들과 공동으로 추도식을 올리기도 했다.
해방직후 강제징용 귀환자를 태우고 한국으로 향하다 의문의 폭발로 최소한 500여명이 숨진 우키시마마루(부도환) 사건을 그린 영화 「아시안 블루」를 각 단체에서 상영하는 운동도 1년을 넘어섰다.
일본의 영화인들이 자비로 기획하고 시민들이 자원봉사 엑스트라로 참여해 제작한 이 영화는 「상영을 실현하는 모임」(도쿄 03―3470―8646)에 의해 전국 120여곳 시민단체, 민단, 조총련 등에서 상영회가 이어지는 중이다. 이들의 노력으로 8월에는 유족들의 추모식에 간 나오토(관직인) 후생성장관이 각료로선 처음으로 추도전문을 보내오게 하는 성과를 거두었다.
일본군 군속으로 동원돼 전후 B, C급 전범으로 처벌당한 한국인들의 비극을 명확한 기록으로 남기기 위해 영화를 만들려는 운동도 있다. 「영화를 만드는 모임」(도쿄 03―3291―8229)은 이 영화를 한일전후세대 영화인들의 공동작업으로 제작키로 하고 지원자를 모집중이다. 감독은 서울예전 영화학과 강사인 김시우씨(37)가 맡기로 돼있다.
한국인 강제연행자들의 애환이 서린 교토(경도)시 근교의 담바(단파) 망간폐광에서는 10월중에 재일동포 2세 가수 아라이 에이치(신정영일)의 라이브 공연이 개최될 예정이다. 7년전부터 폐광을 「담바망간기념관」으로 개조해 잊혀진 역사를 알리고 있는 재일동포 2세 이용식씨(36)와 올해 교토와 오사카(대판)에서 결성된 「기념관을 지키는 모임」이 함께 마련하는 독특한 무대다.
이씨는 『회원은 일본사람들이 더 많다』며 『국적과 관계없이 공생을 기원하는 자리로 삼고 싶다』고 말했다.
이밖에도 각종 전후보상 소송에 일본의 인권변호사들과 시민단체가 수년째 지원활동을 펴고 있으며 군대위안부 피해자들의 초청순회 강연은 일본 전국을 돌며 1년 넘게 계속되고 있다. 한 민단 관계자는 『한일간의 미래에 희망을 갖게 하는 것은 건강하고 헌신적인 일본의 시민세력이 있기 때문』이라며 『한국에서도 관심을 두지 않는 과거문제를 밝히기 위해 꾸준히 활동하는 그들을 보면 부끄러운 생각마저 든다』고 말했다.<도쿄=신윤석 특파원>도쿄=신윤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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