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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문화의 이해(천자춘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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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문화의 이해(천자춘추)

입력
1996.10.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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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학자 루스 베네딕트의 저서 「국화와 칼」은 일본문화를 체계적으로 연구한 것으로 널리 알려져 있으나 이 연구로 천황제가 존속하게 됐다는 사실은 그렇지 않다. 미국은 2차대전 종전에 앞서 일본의 처리를 위해 베네딕트에게 일본문화 연구를 의뢰했고 그 성과를 토대로 천황제를 유지할 것을 결정했다. 그 연구보고서를 책으로 출판한 것이 「국화와 칼」이다.정치· 경제면에서 미국과 일본의 긴장관계가 심화하던 80년대에 일본에서 「공식 일본인론」이란 책이 87년 출판됐다.

이 책의 출판경위는 미국이 「국화와 칼」에 의존한 일본문화관으로는 정책결정에 한계성을 느껴 보다 현실적인 일본문화 이해를 위해 루스 베네딕트 제자들에게 재연구를 의뢰하고 이를 일본에서 출판, 반응을 떠보기 위한 것이라 한다. 「공식 일본인론」은 「국화와 칼」에 비해 그다지 좋은 반응을 얻지 못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하지만 두 책의 출판경위에서 알 수 있듯이 그 나라 문화를 이해한다는 것이 정책결정에 얼마나 중요한가를 알 수 있는 예이다.

근년들어 우리나라에서도 다국적 기업이나 외국기업이 증가함에 따라 기업인류학의 필요성이 제창되고 있으나 뚜렷한 성과는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며 타문화를 연구대상으로 하는 인류학이 본래의 학문영역에서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인류학자들이 자비로 외국에서 현지조사와 연구를 하기는 어려우므로 기업이 인류학자의 연구를 지원해야 한다. 선진국에선 기업들이 인류학자를 지원하여 타문화를 연구토록 하고 이러한 자료를 토대로 그 나라의 문화에 적합한 제품개발과 광고 등 수출전략을 세워 추진하고 있다.

일본어를 알지 못하고 가본 적도 없는 루스 베네딕트가 「국화와 칼」을 쓸 수 있었던 것은 그만큼 미국에 일본문화와 관련된 자료와 정보가 풍부했기 때문이다. 우리의 수출대상국에 관한 연구자료와 정보가 국내에 얼마나 축적돼 있는지 궁금하다. 자국 문화는 물론 타문화에 대한 이해가 중요시 평가되는 요즈음 국가는 물론 기업들도 문화연구에 대한 지원과 활용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임장혁 문화재관리국 학예연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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