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미간에 범죄인 인도 조약 체결이 합의된 것은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가장 긴밀한 우방이면서도 9년간 끌어온 협상이 드디어 마무리됨으로써 양국 관계의 성숙은 물론 다른 나라들과의 사법공조도 한층 가속화할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미국을 도피처로 삼아온 각종 경제 관련 사범 등의 소추와 단죄에도 획기적 성과를 거둘 수 있게 됐다.그동안 미국은 우리 동포수가 가장 많을 뿐 아니라 교역 규모나 왕래도 가장 크고 빈번해지면서 「도피의 천국」이라는 달갑잖은 소리를 들어 왔다. 국내에서 사기·횡령·외화 밀반출 등 경제범죄나 파렴치 범죄를 저지른 범인들이 미국으로 도피하면 인도협정이 없어 그들을 돌려받을 길이 없었다.
그 때문에 지금 현재 미국에 숨어 지내는 주요범죄 도피사범만 1백35여명이나 되고, 크고 작은 범죄를 망라할 경우 무려 1만여명에 이른다는 것이다. 그런 도피천국도 양국 범죄인 인도 조약이 내년쯤 발효되면 순식간에 사라지게 된다.
아울러 우리의 사법주권이 비록 호혜적 공조를 통해서일 망정 오늘의 세계화시대에 발맞춰 차츰 확대되어 가고 있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우리나라는 88년 범죄인 인도법을 제정한 후 지금까지 호주·캐나다 등 10개국과 범죄인 인도조약을 체결하거나 조약 문안에 합의했고, 러시아·프랑스 등 5개국과는 형사사법 공조조약을 체결한 바 있었다. 그러나 미국을 비롯, 일본 등 가장 관계가 긴밀한 우방국과의 조약이 성사되지 못해 사법외교의 큰 과제로 남아 있었다.
이번 미국과의 타결을 전기삼아 일본·중국 등 우리 동포가 많이 살고 있는 국가와의 사법 및 범죄인 인도조약을 계속 확대해 나가야 한다.
오늘날 범죄에는 국경이 없다. 이미 국내에만도 10만명 가까운 불법체류 외국인이나 동포들이 숨어 지내며 자주 각종 범죄를 일으키고 있음은 모두가 실감하는 현실이다. 또한 미국 국내에 50여개의 한인 갱단이 암약하고 있다는 미 연방수사국의 자료 등은 이제 범죄소탕이 국제적 협력과 공조 없이는 불가능함을 새삼 강조하는 것이다.
조약이 체결됐다 해도 결코 모든 범인을 인도받을 수는 없다. 인권문제나 법체계의 상이 등 이유로 난산 끝에 타결된 이번 조약도 포괄주의를 채택, 인도대상을 1년 이상의 징역에 해당하는 죄를 짓고 도주한 자로 정하긴 했으나 정치범과 군사범, 그리고 자국민에 대해서는 불인도가 원칙인 것이다.
따라서 조약체결후에도 해당국과의 긴밀한 협조를 통해 조약의 실효를 높이도록 해야 한다. 조약체결이 안된 일본 등 다른 나라와도 공조와 협력을 통해 중대 범인을 강제추방하는 형식으로 사실상 인도받는 등 협력을 성사시킨 선례가 있었다. 그런 노력도 계속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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