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든 싫든 “선진국형 생활”/서비스 좋고 가격 싼 곳 선택 기회/국민경제 살리기 시민의식 필요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그저 수많은 국제기구중의 하나가 아니다. 제도와 관행의 동질성을 전제로 하는 「선진국동아리」이다. OECD가입만으로 선진국이 되는 것은 아니겠지만 어쨌든 우리나라는 이제 좋든 싫든 선진국형 생활양식을 수용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OECD 가입에 따른 삶의 변화는 친소비자적 방향으로 진행될 것이다. 폐쇄된 시장의 문이 활짝 열리고 불합리한 국내제도들이 까다로운 국제적 검증을 받게 됨에 따라 경제사회질서는 ▲생산자중심에서 소비자중심으로 ▲공급자시장에서 구매자시장으로 ▲거대한 독과점구조에서 치열한 경쟁체제로의 전면적 전환이 예상된다.
OECD 가입에 따른 일상생활의 변화는 아주 가까운 곳에서도 찾을 수 있다. 우선 98년말부터는 외국은행 외국증권사가 지금처럼 지점이 아닌 버젓한 기업형태로 영업을 하게 된다. 외국은행에 예금을 맡기고 대출을 받고, 또 외국증권사를 통해 주식매매할 수 있는 날도 멀지 않았다. 당장 내년부터 외국신용카드회사와 할부금융사의 국내진출이 자유화한다.
뛰어난 영업력과 친절한 서비스, 발군의 자산운용능력으로 무장한 외국의 금융기관들은 국내금융시장을 빠른 속도로 잠식해 나갈 것이다. 폐쇄시장에서 보호와 규제에 길들여졌던 국내 금융기관들은 설 자리가 줄어들고 쓰러지는 곳도 생기겠지만 결국 경영개선과 서비스확충을 통해 높은 은행문턱은 낮아지고 금융기관의 오랜 「우월적 지위」는 사라질 전망이다.
시장개방은 무차별적으로 진행될 것이다. 수입선다변화제도 폐지로 2000년께엔 일제자동차가 거리를 질주하고 일본산 가전제품이 백화점에서 버젓이 판매될 것이다. 외국산 농산물이 식탁에 오르고 외국학원에서 공부하고 외국변호사나 공인회계사로부터 법률·재정자문을 받는 날도 멀지 않았다. 그렇다고 과거처럼 정부가 「물산장려운동」을 주도할 수도 없다. 국내산업기반의 위축은 불가피하겠지만 소비자들로선 시장개방이 분명 가격인하와 서비스개선의 기회가 되는 셈이다.
OECD는 「생산자의 횡포로부터 소비자보호」를 준강제적으로 명령하고 있다. 따라서 이미 도입된 리콜제는 물론 전소비자제품에 대한 안전기준이 제정돼야 한다. OECD는 특히 특히 어린이용제품에 대해선 안전기준설정 안전교육 사고유발표시등 아주 까다로운 규제를 가하고 있고 소비자프라이버시보호와 피해구제장치구축 청약철회제도 등을 골자로 한 「소비자신용법」 제정도 요구하고 있다. 허위·과장광고와 무분별한 통신·방문판매 등도 소비자보호차원에서 제한될 것이다.
그러나 OECD시대의 개막은 소비자에게 혜택 못지않게 책임도 요구한다. 수입개방에 따른 무절제한 소비, 해외재산 도피, 소비자보호장치를 악용한 도덕적 위해(MORAL HAZARD)는 결코 「선진국형 삶의 모습」은 아니다. 상품과 자본의 국경이 없다고 해서 애국심과 시민의식마저 소멸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선진국클럽엔 들어갔지만 우리는 아직 선진국이 아니다. 개방의 꿀맛에만 도취되었다가는 OECD가입이 좀더 허리띠를 졸라매야 할 시점에 도리어 선진국의 못된 것만 받아들이는 역작용을 낳을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이성철 기자>이성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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