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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보 이성춘 논설위원/제3차 한중포럼 참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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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보 이성춘 논설위원/제3차 한중포럼 참관기

입력
1996.10.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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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대북 자세 달라지고 있다/겉으론 우호강조 실제론 「반시대적」 북에 등돌려/우리측,북 공비침투사건 관련 중 침묵 집중 제기제 3차 한중 포럼이 5·6일 중국 강소(장쑤)성 항주(항저우)에서 한중 각계 지도급 인사들이 참석한 가운데 개최됐다. 다음은 이 포럼에 참석했던 이성춘 본보 논설위원의 참관기이다.<편집자 주>

중국은 한국에 있어 무엇이며 한국은 중국에게 무엇인가. 또 양국은 장래 어떠한 방향으로 실질적인 협력을 증진시켜야 할 것인가.

중국 항주(항저우)에서 열렸던 제3차 한중포럼에서도 이것이 주제가 됐다. 한국국제교류재단(이사장 김정원)과 중국인민외교학회(회장 유술경) 공동 주관하에 양국의 정·재·학·언론·법조계 등 각계 지도자급 인사 30명이 참가, 솔직하게 의견을 교환한 이번 포럼에서 우리측은 때마침 발생한 북한의 무장공비 침투사건에 대한 평가와 중국측의 역할을 중점적으로 제기했다.

1차(북경) 2차(경주)포럼에 이어 이번 3차 회의에서도 중국은 북한문제와 관련, 내정불간섭 등 평화5원칙에 입각한 대한반도 정책을 되풀이 하면서 중국이 북한을 마음대로 조정할 수 있다는 것은 잘못된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필자는 중국은 북한의 불법도발을 제지할 엄연한 책임이 있음을 지적했다. 『정전협정은 유엔과 북한·중국이 서명한 것으로 협정을 변경·무효화하려면 61조에 의거, 서명당사국간에 합의돼야 함에도 북한은 중립국감독위 축출에 이어 협정무효화 선언과 함께 판문점에 인민군대표부를 멋대로 설치했다. 또한 미국과 단독 평화협정체결을 요구하고 있는데 이는 중대한 협정위반이다. 특히 중국은 강주석이 기회 있을 때마다 새 평화협정이 완성될 때까지 현휴전협정 유지를 지지한다면서 협정파괴 및 공비침투 등에 대해 방관하는 것은 직무유기이자 책임회피다』고 반박했다.

이에 중국측의 한 포럼 참가인사는 한국이 공비사건에 과잉반응을 보이는 게 아닌가하는 식으로 속마음의 일단을 내비쳤다. 중국측의 원칙적인 답변에 대한 불만은 회의후 북경(베이징)에서 중국의 대북 및 한반도정책 수립과 실천을 담당하는 고위 인사와의 면담에서 어느정도 풀 수 있었다.

이 고위인사는 비교적 솔직히 중국의 속마음을 털어놨다. 『북한의 이번 행위는 잘못된 것이고 문제가 있다. 중국은 이번 사건을 중시하여 유엔안보리에서 상임이사국들과 대북조치를 조용히 논의하고 있다. 우리가 논의에 나선다는 자체가 결코 묵과하지 않는다는 자세임을 알아야 한다. 결코 잘못한 짓을 비호하지 않는다. 한반도 안정은 우리에게도 중요하다. 이번 사건은 분쟁사건인만큼 평화유지를 위해 모두가 노력해야 한다. 한반도 문제는 종국적으로 당사자들이 처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 김정일을 여러차례 만난적이 있는 한 고위인사는 『북한은 자존심이 강한 나라다. 분명한 것은 결코 전면 전쟁을 일으킬 힘―경제력이 없다』며 한국의 인내를 촉구했다. 다른 인사가 『북한은 자존심과 민족의식이 강한 나라다. 촉의 제갈량은 라이벌인 오의 주유가 죽었을 때 직접 문상했다. 김정일은 아버지 사망 때 남의 조문시비에 분개하고 있는 것 같다』고 한데 대해 우리측이 『그렇다면 장개석 사망때 모택동이 조문을 했었는가』라고 반문하자 입을 다물었다.

이번 포럼을 통해 감지할 수 있었던 것은 북한에 대한 중국의 자세가 소리없이 변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사석에서 중국측 인사들의 얘기와 표정을 종합하면 중국도 북한을 골치아픈 존재, 반시대적인 집단으로 여기고 있으며 마음은 이미 북한에서 떠나고 있음을 읽을 수 있다.

물론 겉으로는 사회주의 형제국과 우호를 강조하고 또 실제로 대한국, 대미정책에서 북한카드를 100% 활용하고 있다. 그러나 경제 파탄에, 사회주의 실패에 등을 돌리고 있는 것이다. 북경서 만난 한 고위인사는 북한이 경제회생을 위해 나진·선봉 경제특구를 추진하지만 근본적인 경제구조의 개편, 즉 체제개편이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점을 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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