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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입력
1996.10.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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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집권당이 된다면 일본의 민주주의는 위태로워질 것이다」― 20일 실시되는 중의원의원 총선거를 앞두고 무라야마(촌산) 전 일본총리가 한 말이다. 이 말속엔 이념도 퇴색하고 모든 정당의 정책이 거의 비슷비슷한 보수화 바람이 불고 있는 일본정치의 오늘을 반성하는 뜻이 담겨 있다. ◆일본은 93년 7월의 총선거에서 자민당이 의석의 과반수 획득에 실패한 후 연립정권 시대를 맞았다. 당시 총선거에서 의석을 확보한 정당은 9개였다. 이중 공산당을 제외한 8개 정당이 한번쯤 집권여당을 경험했다. 일본정계가 정책이 아닌 숫자놀음에 의해 정권을 창출했음을 한눈에 살필 수 있다. ◆그동안 자그마치 호소카와(세천), 하타(우전), 무라야마, 하시모토(교본)가 이끄는 4개 연립정권이 탄생했는데 이들 4명의 소속정당이 전부 달랐다. 9개 정당중 3년전과 같은 당명으로 이번 선거를 치르는 정당이 자민당 공산당 사키가케 뿐이라는 사실이 일본정계의 야합실태를 상징적으로 말해준다. ◆이처럼 모든 정당이 비슷한 보수의 경향을 띰에 따라 정권에 대한 비판세력이 없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유일한 비판세력이라고 할 공산당이 지방선거에서 선전을 해 온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하토야마(구산)를 중심으로 젊은 세력들이 민주당을 창당한 배경도 여기에서 찾을 수 있다. ◆이러한 흐름에 위기의식을 느낀 것이 바로 자민당이다. 다른 정당과 같은 모습으로는 선거에 승산이 없다고 보고 무책임하게 독도의 일본영토 선언과 야스쿠니(정국)신사 공식참배를 선거공약으로 내세웠다. 극우노선으로 21세기 일본을 이끌겠다고 나선 자민당을 일본 국민이 어떻게 평가할지 지켜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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