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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 완자무늬 「뜰앞에 잣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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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 완자무늬 「뜰앞에 잣나무」

입력
1996.10.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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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7법난 소재… 삶에 던지는 화두『달마가 서쪽에서 온 까닭이 뭐냐』는 질문에 당의 승려 조주선사가 답했다. 『뜰 앞에 잣나무니라』 대표적 불교화두로 내려온 이 잣나무 한 그루가 연극무대에 던져져 어지러운 사바를 가르고 있다. 극단 완자무늬가 20일까지 동숭아트센터 소극장에서 공연하고 있는 「뜰 앞에 잣나무」는 조용하고 진지하게 인연의 무게와 삶의 의미를 묻는다.

신군부가 불교정화의 이름 아래 법당을 짓밟은 80년 10·27법난이 소재. 부패승으로 몰려 고문당해 숨진 일운스님과 그의 아들 광렬, 살아 남은 승려들의 이야기를 통해 개인과 역사, 인간과 인간 사이 인연의 질긴 끈을 보여준다. 비난 또는 어떤 주장을 담은 목적극은 아니다.

광렬은 한 번도 본 적 없는 생부 일운스님이 자기 때문에 죽은 것을 알고 갈등을 겪는다. 광렬이 『인과의 업보를 일순에 끊을 방법이 없느냐』고 묻자 일운의 도반 만화 스님이 『뜰 앞에 잣나무』라고 답하는 데서 연극은 끝난다. 광렬과 함께 관객들은 이 화두를 안고 돌아가야 한다.

연출자 김태수는 극히 단순하지만 도량과 사바, 과거와 현재를 자유로이 오가는 무대를 보여준다. 설치물이라곤 툇마루처럼 걸터 앉는 기다란 단, 정육방체 나무의자 몇 개, 전면에 늘어뜨린 천조각이 전부다. 단의 상하 또는 무대 좌우를 경계로 시간과 공간이 구분되거나 공존한다. 깔끔하고 매끄러운 장면 전환에는 조명도 한 몫 거들고 있다. 오광록 오민애 김경수 김병순 등은 고른 호흡으로 미더운 연기를 펼친다. 원담 스님이 극본을 썼다. 363-6414<오미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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