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엔 소방관 밤엔 학생 “1인2역”/각별히 존경받는 직업 한인 출신은 드물어/너무 바빠 연애도 못해 “한국여성 찾을래요”봉사정신을 중시하는 미국 사회에서 소방관은 강한 자부심을 갖고 있으며 시민들로부터는 각별한 존경도 받고 있다. 따라서 이민 역사가 일천하고 미국 주류사회에서 떨어져 있는 소수민족일수록 소방관과 같은 직종을 선택하기는 어려운 일이다. 이처럼 쉽게 택할 수 없는 소방관이라는 직업에 한인으로는 드물게 제이슨최씨(30)가 2년째 종사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지난 2년동안 뉴욕시에서 10명의 소방관이 사망했습니다. 때로는 일이 어렵고 위험하지만 보람을 느낄 때도 많습니다』
맨해튼 남쪽 차이나타운의 뉴욕소방서에서 그를 만나 얘기를 꺼내는 순간 갑자기 비상벨이 시끄럽게 울렸다. 최씨는 잠시 기다리라고 한뒤 황급히 상황실로 달려갔다. 잠시뒤 자리로 돌아온 그는 다소 멋쩍은 얼굴로 『별 일도 아닌데 벨이 울렸다』면서 『24시간을 늘 이렇게 긴장하며 지낸다』고 말했다.
『뉴욕시에는 8,000명의 소방관이 있지만 이중 아시아 민족은 20명에 불과합니다. 한인이 소방관 일을 하기는 아마 제가 처음일 겁니다』
그는 소방관을 선택한 배경에 대해선 『다만 이 일이 좋기 때문』이라고 간단하게 대답했다. 그러나 부친 최구진씨(61)는 아들이 어려서부터 야구, 풋볼, 보디빌딩, 역도 등 각종 운동을 좋아한데다 모험심이 강했기 때문에 적성에 맞는 직업을 찾은 것 같다고 말한다.
제이슨최는 당초 부친의 뒤를 이어 약업에 종사하기 위해 뉴욕주 버펄로 대학에서 약학을 공부하다 87년 미군에 지원했다. 서울에서 태어나 6살때 아버지를 따라 미국에 건너온 최씨는 조국을 알고 싶어 한국행을 자원, 판문점에서 근무했다.
지난해 8월 전역하자마자 뉴욕소방서에 근무하게 된 그는 일주일에 두차례 25시간 근무를 해야 한다. 힘든 직업이지만 여가가 나기 때문에 못다한 대학 과정을 마치려고 공부에 나머지 시간을 할애한다. 그는 직업과 학업을 병행해야 하므로 너무 바빠 아직 여자 친구를 만들지 못했다. 그러나 결혼은 한국 여성과 하고 싶다며 말을 맺었다.<뉴욕=김인영 특파원>뉴욕=김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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