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 불공정실태건교위/“공사비 흙으로 결제” 주장/공정위 처리지연도 추궁『공사대금중 일부는 골프회원권으로, 일부는 현장의 흙으로 대신하라』
1백여년전 독점자본주의가 기승을 부릴 때나 있을 법한 얘기들이다. 그러나 불행히도 OECD가입을 눈앞에 둔 지금, 이런 일이 일어나고 있다. 이 모순의 건설하도급 현장이 8일 국회 건교위의 건교부감사에서 집중적으로 조명됐다.
문제된 사안은 금호건설이 거평유통센터를 수주, 세화토건 현창건업 등에 하도급을 주면서 불공정거래를 했다는 내용이다. 이와 관련, 이서형 금호건설 사장 강대엽 세화토건 사장 황성원 삼보지질 대리 심재흥 덕안건설 이사 등이 출석했다. 또 진정을 받고도 처리를 지연한 혐의를 받은 공정거래위에서도 유철 하도급국장과 송준호 사무관이 증인으로 나왔다.
이들을 증인으로 신청한 이윤수 의원(국민회의)이 골프회원권이나 현장 흙으로 대금을 결제했는지 여부 등 사실확인에 나섰다. 지하철공사를 하도급받은 삼보지질의 황대리는 『선급금을 바로 받지못했으며 공사액 82억원중 41억원만 받아 부도가 났다』고 말했다. 세화토건의 강사장은 『금호가 거평유통센터 흙막이공사를 하도급주면서 대금 47억여원중 18억원을 현장공사에서 나온 토사를 팔아서 충당하라고 했다』고 증언했다.
이의원은 이어 이 금호건설 사장에게 현창건업의 진술서 등을 제시하며 『현창건업, 삼보지질이 공사대금으로 골프회원권이나 콘도·요트회원권을 떠안았다』고 추궁했다. 이사장은 『우리가 팔지 않고 홍보차원에서 계열사인 오공개발에 추천, 골프회원권을 사게했다』고 말했다.
그러자 이의원은 『94년 2월7일 현창건업에 공사대금을 주면서 바로 그 자리에서 골프회원권 값만큼을 다시 가져가지 않았느냐』고 따졌다. 이의원은 이들 증언을 토대로 유철 하도급국장에게 『삼보지질의 진정을 받은후 6개월동안 처리를 하지 않은 이유가 뭐냐. 대기업 봐주기 아니냐』고 추궁했다.
채영석 한화갑 의원(이상 국민회의)도 『공정거래위가 6개월동안 처리를 지연하는 동안 삼보지질 등은 부도가 났다』며 『불공정거래위나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오용운 의원(자민련)도 『공정거래위가 대기업편에 서지말고 중소업체의 억울한 현실을 살피라』고 충고했다.<이영성 기자>이영성>
◎주 미 대사관 감사통외위/북 공비 미 미온대응 성토/박 대사 “양국간 이견없어”
7일 워싱턴 주 미 대사관에서 열린 통외위의 주 미 대사관 감사에서는 북한 무장공비 침투사건, 로버트김 기밀유출 사건 등의 처리과정에서 나타난 미국의 태도를 성토하는 의원들과 한미공조 체제를 강조하는 박건우 대사간에 시종 긴장감이 감돌았다.
박대사는 『최근 미국의 대한정책에 난기류가 흐르는 인상을 받고 있다』는 박철언(자민련) 유흥수(신한국) 김상우 의원(국민회의) 등의 거듭되는 지적에 『한미 양국이 기가 막히게 조화를 이루고 있음을 우리는 경험하고 있다』고 답변하다가 박의원으로부터 『성실하게 답변하라』는 주의를 받기도 했다.
이날 국감에서 의원들은 최근 일련의 한미 현안을 다루는 미국측의 「독선적」인 태도에 여야를 막론하고 우려와 실망감을 표시했다. 김의원은 『공비침투사건 직후 미 국무·국방장관이 잇달아 「모든 당사자들」의 자제를 호소한 것은 미국의 대한 불신감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냐』고 따졌다.
권익현 의원(신한국)도 『미국은 과거 한반도에 위기사태가 발생할 때마다 7함대나 5공군 등을 발진시켜 왔는데 이번 공비침투 사건때는 아무런 조치가 없어 한미 공조체제를 가시적으로 느끼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동복 의원(자민련)은 『미국은 제네바 합의 준수가 최우선적인 관심사이기 때문에 한국측과는 반대방향으로 나아갈 수 밖에 없다』 면서 『정부가 최근 취하고 있는 대북 강경책도 미국의 정책과 조화를 이루기가 어려울 것』이라고 꼬집었다.
또 정몽준(무소속) 김도언 의원(신한국) 등은 로버트 김 사건을 처리하는 미국측의 태도에 우려를 표시했다. 이들은 『우방간에 조용히 처리할 수 있는 사건임에도 미국측이 이례적으로 공개수사를 진행하는 것은 우리 정부에 대한 견제용이라는 분석도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박대사는 『한미간의 대북정책 조율과정에는 커다란 차이가 없다』면서 『현재 한미 관계는 과거와는 비할 수 없을 정도로 좋다』고 강조했다.<워싱턴=이상석 특파원>워싱턴=이상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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