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가족은 좋지만 육아 등 어려움/처가·친가 가깝게 신세대부부 급증독립한 자녀들이 처가나 친가와 가까운 곳에서 거주하며 생활하는 「신확대가족」들이 늘어나고 있다.
종전까지의 가족형태는 3대가 함께 사는 대가족에서 결혼과 함께 분가한 자녀들이 따로 떨어져 사는 핵가족으로 변화되어 왔다는 것이 일반론. 신확대가족은 핵가족형태가 보편화하면서 새로이 생겨난 가족유형이다.
신확대가족의 가장 큰 특징은 결혼한 자녀들이 친가나 처가와 같이 살지 않으면서도 같이 사는 것과 같은 효과를 갖는다는 점. 따로 살기 때문에 독립성이 보장되면서도 가까이 있어 대가족일 때와 같은 친밀도를 유지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친가보다는 처가쪽에 가깝게 사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부인들이 처가에 아이를 맡기는 것을 더 마음 편해하기 때문이다.
결혼한 지 2년된 안성원씨(33·한국PC통신 공공DB운영부) 부부는 처가와 걸어서 10분이내 거리에 살고 있다. 안씨부부의 집은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바로 길 건너편 미도아파트에 처가가 있다. 부부가 이틀에 한번꼴로 처가를 찾아가는데 대부분은 한살된 딸아이를 맡기기 위해서다. 또 장인 장모도 손녀가 너무 귀여워 수시로 돌보고 싶어한다. 안씨는 『결혼하기 전에 아내의 요구대로 처가근처에 집을 장만했는데 지금은 그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고 말했다. 또 안씨의 여동생 부부도 친가와 같은 아파트단지인 동작구 상도동 대림아파트에 살고 있다.
서울 은평구 응암동에 사는 한우권씨(34·한국산업증권 영업지원부)는 처가와 승용차로 5분거리에 산다. 처가는 서대문구 홍제동인데 구가 달라도 각각 행정구역의 경계에 위치해 멀지 않다. 한씨 부부는 수시로 처가를 들르는 경우가 많다. 급하거나 어려운 일이 있을때, 집에 도움이 필요할 때는 물론 음식을 장만할 때처럼 사소한 일에도 늘 찾는다. 한씨는 『친가가 시골이라 처가라도 가족처럼 가까이 있어야 한다고 느낀다』고 말했다.
박영배씨(32·LG화학 홍보실)는 처가와 같은 서울 동작구 상도동에 산다. 걸어서는 5분거리. 90년에 결혼했는데 처음에는 친가와 처가 중간지점에 살다 아이를 갖고부터 지금 주소로 옮겼다. 맞벌이하는 아내가 1주일에 4일을 근무하는데 아이를 맡길 곳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였다. 지금은 육아 때문이 아니라도 수시로 저녁을 함께할 만큼 자주 찾아간다.
강남현대공인중개사무소 신용희씨(51)는 『집을 구하러 오는 젊은 부부중 처가나 친가 등 동네에 연고가 있는 이들이 30∼40%된다』고 말했다.
심윤종 교수(성균관대 사회학과)는 『신확대가족은 맞벌이부부가 늘면서 육아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처가나 친가를 찾게된 것에서 생겨났다. 이는 자녀들이 독립해도 정서적으로 함께 살아온 부모에게 의존하려는 잠재적 욕구가 남아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 산업사회 핵가족과 전통적인 대가족의 절충형으로서 대표적인 가족형태로 자리 잡을 것이다』고 말했다.<박원식 기자>박원식>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