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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말레이시아/때 아닌 국가통합 공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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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말레이시아/때 아닌 국가통합 공방

입력
1996.10.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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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요 전 싱가포르 총리­“통합가능… 말련,말레이계 우대정책이 문제” 첫 말문/마하티르 말레이시아 총리­“왜 건드리나… 차기총선 중국계 지지 노린 정략” 반격「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가 다시 통합할 수 있을까」

가능성이 없어 보이는 국가통합 관련 발언을 싸고 양국간 감정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논란의 발단은 6월7일 이광요(리관유) 전 싱가포르 총리의 발언. 이 전 총리는 기자회견에서 『말레이시아 경제발전에 따라 말레이계와 중국계 사이의 긴장이 해소된다면 양국 통합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통합의 전제조건으로 『말레이시아가 싱가포르와 같이 특정 민족에 특혜를 주지 않는 능력주의를 채택해야 한다』고 내세웠다.

싱가포르측의 발언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오작동(고촉통) 총리는 8월 독립기념일 축사에서 『향후 싱가포르 경제가 흔들린다면 말레이시아와의 통합은 불가피해 질 것』이라며 『통합되면 말레이시아의 다수 말레이계 우대정책(부미푸트라 정책)에 중국계가 희생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지난달 5일에는 토니 탄 부총리가 가세했다. 그는 『싱가포르인들이 압도적으로 통합에 반대하는 것은 싱가포르의 비차별적인 능력주의를 선호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쯤되자 잠자코 있던 모하메드 마하티르 말레이시아 총리가 드디어 말문을 열었다. 그는 지난달 6일 『종족간 조화와 능력주의가 말레이시아에는 없고 싱가포르에만 있다는 얘기냐』며 격분했다. 마하티르 총리가 포문을 열자 말레이시아측의 반격이 봇물 터지듯 개시됐다. 이틀 뒤에는 외무장관이 콸라룸푸르 주재 싱가포르 대사를 불러 『왜 말레이시아를 건드리느냐』 고 항의했다.

말레이시아측은 싱가포르 정부의 발언이 내년 4월 이전에 실시될 총선에서 다수 중국계(총인구의 75%)의 지지를 획득하기 위한 정략으로 해석하고 있다. 싱가포르 집권 인민행동당(PAP)에 대한 지지율이 60%이하로 떨어진 데 따른 위기의식에서 나온 것으로 PAP를 지지하지 않으면 경제가 침체되고 결국 말레이시아와 불평등한 통합을 하게 될 것이란 대국민 엄포라는 것이다.

양국은 63년 영국으로부터 독립한 후 2년간 통합실험을 거쳤으나 실패, 65년 분리됐다. 더구나 최근 여론조사 결과 싱가포르 국민의 70%가 반대하고 있어 통합은 힘들 것이란 게 대세다. 그러나 국부로 존경받는 이 전총리가 공석에서 언급했을 뿐 아니라 동남아국가연합(아세안)의 경제통합이 심화하고 있는 점을 들어 통합이 불가능한 것만은 아니라는 해석도 있다.<배연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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