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때보다 한소리를 내야할 한미공조체제에 불협화음이 나오고 있는 것 같다. 잠수함 침투로 야기된 최악의 남북긴장상황에서 「공조」는 수없이 강조되고 있으나 사태에 대응하는 마디마디에서 이런 불협화는 역연히 눈에 띈다.이같은 상황속에서 단호한 북한제재를 결심한 정부는 경수로조사단 파북을 유보하고 경협과 각종 교류를 중단하는 등 남북한 당국간의 관계를 사실상 전면동결하기에 이르렀다. 「천배보복」 운운하는 판에 당연한 조치다. 하지만 이런 조치의 결과로 한미 공조체제의 간극도 더욱 커질 수 밖에 없어 더욱 걱정스럽다.
불협화가 클수록 미소지을 자는 북한이다. 한미 양측이 결과적으로 북한의 이반정책에 놀아난다면 한국 뿐 아니라 미국으로서도 중대한 과오를 범하는 것이다. 한미 양측은 너무 늦기전에 한미공조체제가 원상을 회복하도록 재조율할 필요가 있다.
우리는 미국의 「투 코리아」정책에 대해 찬성은 하지 않으나 이해는 한다. 그러나 그 「투 코리아」 정책이 한반도의 남·북한에 대한 평면적 균형정책이 되지 않기를 바라는 것이다. 뭣이 옳고 그른 것이 분명한데 그 정, 부를 따지지 않고 양측에 대해 균형된 입장만을 유지하려는 것은 남달리 정의를 소중히 여겨온 미국의 도덕적 가치관에도 위배되는 것이다.
미국의 외교정책이 필요에 따라서는 방편과 편의에 따른다는 것도 모르는 바 아니나 미국이 이번과 같은 북한측의 명백한 대남군사적 침투행위와 현존하는 보복위협을 보고도 남·북한간의 자제 등 균형을 지나치게 의식하고 있는 것같은 인상을 주는 것은 대단히 유감스럽다.
크리스토퍼 미 국무장관이 사건이 드러난 첫날 「양측의 자제」를 요청한 것이나 한국의 합참이 북한의 보복발언직후 주한미군 사령부에 대북 정찰경계태세인 「워치콘」을 한단계 격상시키자고 요청했으나 『좀더 지켜보자』는 미온적인 반응밖에 얻지 못했다. 또한 미군과 북한군의 판문점비서장회의 내용도 5시간뒤에나 알맹이 없이 발표됐다. 미국은 북한측의 위협을 가능한한 평가절하하려는 인상을 줬다.
미국측은 『한미 양국은 북한의 어떤 도발에도 공동대처할 태세가 돼있다』고 말하고 있으나 실제의 행동은 이것을 강력히 뒷받침하고 있지 않은 것같다. 부시 대통령시절과는 판이하게 다른 것같다. 물론 그 사이에 냉전체제가 미국의 승리로 끝나는 지각변동이 발생, 한반도정세가 크게 변한 것도 있다. 한·미·북의 역관계에도 변화가 있었다.
94년 제네바핵합의이후 북한은 적극적인 대미직거래 정책을 쓰고 있다. 클린턴행정부도 「남북 대화」를 통한 한반도의 안정체제구축보다는 북한의 핵무기개발저지에 더 우선을 두고 있다. 북한의 예측할 수 없는 호전성을 길들이는 것보다는 그저 달래는데 급급하고 있는 것같다. 원칙보다 방편을 선택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클린턴행정부의 대북한정책은 본말이 전도돼 있다. 따라서 한미공조체제를 바로 잡을 1차적인 책임도 클린턴행정부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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