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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현대음악 현주소를 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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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현대음악 현주소를 듣는다

입력
1996.10.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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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석희·백병동 등 14인의 작곡가·작품/「페스티발 앙상블홀」서 13일까지 소개우리 시대 작곡가 14인의 초상을 통해 한국 현대음악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음악회가 7∼13일 하오 7시15분 한국페스티발앙상블홀에서 열린다. 10년째 실내악운동을 벌여온 연주단체 한국페스티발앙상블과 현대음악 전문기획사인 한영예술기획이 「시대를 앞서가는 한국의 작곡가들」이라는 이름으로 마련한 행사는 일정궤도에 오른 작곡가와 작품을 하루에 2명씩 소개한다.

강석희 백병동 박준상 김정길 등 나이 60을 넘긴 한국 현대음악 초창기 세대로부터 구본우 홍수연 조인선 등 패기만만한 30대 작곡가까지, 그리고 중간세대인 이영자 나인용 이영조 이건용 이만방 김성기 유병은이 포함됐다. 이들의 작품성향은 진보와 전위로부터 비교적 전통적인 것까지 스펙트럼이 넓다.

강석희는 진보를 대표한다. 69년 국내 최초의 전자음악 「원색의 향연」을 발표한 이래 많은 음과 풍부한 색채의 작품을 쓰고 있다. 황무지나 다름없던 국내 현대음악의 개척자로 줄곧 전위를 걷고 있다. 백병동은 간결한 아름다움이 돋보이는 시같은 작품으로 잘 알려져 있다. 이만방도 음악으로 시를 쓰지만 그 자신의 표현에 따르면 「산문시」를 쓴다. 「쉬운 음악」을 지향하는 김정길은 88서울올림픽의 개막식음악과 팡파르, 「길소뜸」 등 여러 편의 영화음악을 작곡했다. 전래동요를 바탕으로 한 박준상의 108곡의 피아노소품, 국악 독주곡 형식을 빌린 유병은의 「피아노산조」연작, 민족·민주 등 우리 시대의 화두를 좇는 이건용의 작품에서는 한국적인 음악을 찾으려는 고민이 드러난다. 나인용은 성경에서 텍스트를 얻은 종교적 작품이 많다. 김성기는 프랑스에서 공부, 드뷔시적 색채를 지니고 있다. 구본우는 극소수의 음으로 미니멀리즘 성격의 음악을 쓴다. 이영자 홍수연 조인선은 여성이다. 이영자는 가곡만의 좁은 영역을 벗어난 기악분야의 국내 여성작곡가 1호에 해당되는 「대들보」격 인물이며 홍수연 조인선은 주목받는 차세대 주역들이다.

작곡 발표현장은 대체로 썰렁하다. 그들 중 몇은 훗날 고전으로 남기도 하겠지만 상당수는 잊혀질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 음악회에 갈 이유는 있다. 오늘의 신문을 보듯 오늘의 음악을 듣고 싶기 때문이다. 문의 739―3331, 738―4012<오미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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