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 이미 「유전자은행」 설립 등 자원화경쟁/국내선 무관심… 체계적 종 보전·연구 시급환경파괴로 자연멸종률의 4만배 속도로 급속하게 멸종하는 동식물과 미생물의 종을 확보하기 위해 세계각국이 치열한 전쟁을 벌이고 있다. 동식물과 미생물은 21세기 효용이 급증할 신물질의 보고이기 때문이다. 선진국들은 이미 「생물유전자은행」을 설립, 종 보호와 경제자원화에 나섰지만 우리나라는 보전대책은 물론 개체조사도 미흡한 실정이다.
20세기가 「자원민족주의시대」라면 21세기는 「생물종민족주의시대」가 될 것으로 학자들은 예상하고 있다. 동식물의 멸종속도는 인구증가와 환경오염으로 인한 생태계 파괴로 자연멸종률보다 훨씬 빨라져 2000년대에는 지구상 생물종의 25∼30%가 멸종할 것으로 전망된다. 생물종은 최고의 항생제인 페니실린이 푸른곰팡이균에서 추출된 것처럼 미래의 식량 뿐아니라 의약품 농약 섬유 등의 원천이다.
서울시립대 이경재 교수(조경학과)는 『미국과 일본의 연구팀들은 아프리카나 아마존지역에서 국가정보기관과 기업의 도움을 받아 동식물 및 미생물을 채취해 반입하고 있다』며 『안보차원에서 생물종을 보전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생물종 확보전쟁은 92년 유엔환경개발회의에서 채택, 93년 12월부터 발효된 생물종다양성협약으로 절정에 달했다. 이 협약은 포유동물뿐 아니라 지구상의 모든 생물종과 서식환경까지도 이용할 때는 소속국과 이익을 공유해야 한다는 것. 타국의 생물종이나 유전자를 들여와 신제품을 개발해도 유전자 등의 소유국에 판매이익의 일정부분을 제공해야 한다.
선진국들은 이미 300∼100년전부터 생물유전자은행 등을 설립하는 등 생물종의 멸종에 일찌감치 대비해 왔다. 미국은 콜로라도주에 「국립종자은행」을 설립, 전세계의 생물종 8,900여종을 확보하고 있다. 러시아도 상트 페테르부르크의 「바빌로프유전자은행」에 2,600종의 동식물을, 일본의 쓰쿠바(축파)에 있는 「생물자원연구소」도 1,200여종을 확보하고 있다. 이곳에서는 초저온의 진공상태로 식물종자나 유전자를 휴면상태로 보전, 언제든지 번식시킬 수 있다.
영국은 거의 모든 대학에 분야별로 유전자은행이 있다. 또 런던의 「KEW식물원」에는 세계 각국의 식물 1만7,000종이 자라고 있다. 한라산과 지리산일대에서 자생하는 우리나라 고유종인 구상나무등도 이 식물원에서 자라고 있다. 또 아마존지역의 연꽃, 사막지역의 식물, 바위지형에서만 사는 식물 등이 기후와 토양조건에 맞춰 심어져 있다.
우리나라도 93년 생물종다양성협약에 가입했지만 유전자은행은 백지상태나 다름없다. 농촌진흥청 유전자은행에는 겨우 200여종의 식물종자가 있을 뿐이다. 미생물도 대부분이 버섯균 정도다.
농업진흥청 농업과학기술원 안완식 책임연구원은 『종류가 다양할 뿐만 아니라 종의 품질까지 완벽하게 정리된 외국의 유전자은행에 비한다면 우리나라 유전자은행은 구멍가게 수준』이라며 『종 확보와 함께 유전자은행 시설확충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한국생물종다양성협의회 이병훈 회장(전북대 교수)은 『우리나라는 국토는 좁지만 기후와 토양이 다양해 많은 생물종을 보유하고 있다』며 『우리나라만이 보유한 1,000여종의 고유생물종의 외국유출을 막고 보전과 연구작업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정덕상 기자>정덕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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