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보복협박은 형세반전용”/김정일 지령없이 공비 남파 불가능/적반하장식 잇단 강수 대응/“미 강경책 피할 것” 속셈 깔려/북미 현안 등 유리한 입지 계산도/공작조 침투·보복위협 대응 정부·군 경험 부족 노출/국민공감대에 기초한 체계적인 대북정책 서둘러야북한이 강릉에 무장공비를 침투시킨데 이어 판문점 정전위 협박 등 잇달아 보복을 다짐하자 한반도 긴장이 고조되면서 안보문제가 초미의 관심사로 급부상하고 있다. 북한이 무슨 속셈으로 이같은 협박을 하고 있으며 우리는 이에대해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를 북한문제전문가 3인의 좌담으로 진단해 보았다. 3인의 전문가들은 북한이 강릉무장공비 침투사건으로 곤경에 몰리자 형세반전을 위해 협박을 하고 있지만 이를 실제행동으로 옮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진단했다. 이와함께 이들은 이번사건이 우리의 안보관과 대북관을 재점검하는 계기가 될수도 있다고 강조했다.<편집자 주>편집자>
□참석자
강인덕 극동문제연구소장
전인영 서울대 사범대 교수
장명순 국방연구원 책임연구위원
▲강인덕 소장=북한의 과거 행태를 보면 강릉 무장공비침투사건과 일련의 보복협박은 결코 비정상적인 것이 아닙니다. 1·21청와대 습격사건에 대해 김일성이 『일부 맹종 과격분자의 행동이니 미안하다』고 사과했지만 현재 상황은 다르다고 봅니다. 김정일이 국방위원장에 최고사령관을 겸임하고 있는데 그의 지령없이 무장공비 침투작전이 전개될 수 있겠습니까.
무장공비침투의 경우 일상적 정찰임무 수행중 적발됐다는데는 별다른 이견이 없습니다. 그러나 적발된 상태에서 북한이 오히려 적반하장식 전방위 협박발언을 계속하고 있다는 점이 중요합니다.
▲전인영 교수=북한이 오히려 공세적 자세로 나오고 있는 것은 형세반전을 위한 것이라고 봅니다. 북한은 자신의 대남 전략이 전세계에 노출되면서 곤경에 빠져 있습니다. 자꾸 밀리기 보다는 어느 시점에서 전세를 뒤집어 보려 할 것입니다.
물론 이같은 역공세를 취한데에는 복합적인 원인이 있을 것입니다. 북한은 동북아시아의 안정을 원하는 미 클린턴 대통령이 11월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한미공조체제에 적극적이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 대미관계를 효과적으로 활용하려 하고 있습니다. 군부도 작전실패를 만회하고 침체 분위기를 일신해야 합니다. 특히 국가 명절인 10월10일 당창건일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대남 강경위협은 군 사기 진작을 위한 좋은 수단입니다. 북한은 또 우리 사회를 잘못 판단하고 있습니다. 북한은 우리 사회가 취약하고 분열조작이 가능하다고 보는 것 같습니다.
▲장명순 위원=도발 가능성의 형태는 보통 군사, 정치사회, 경제, 우발적 경우로 나눌 수 있는데 목적과 의도에 따라 달리 나타납니다. 북한의 보복위협 발언은 현재로서는 대미 지렛대용이라는, 정치사회적 성격이 강합니다. 즉 한반도긴장 분위기를 고조시킴으로써 대미 협상채널을 강화, 미군 유해송환·미사일협상·대표부설치·4자회담 등 산적한 북·미 현안에서 유리한 입장을 확보하려는 계산이라고 생각합니다.
현 단계가 실제 군사도발로 진전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그럴 경우에는 먼저 한미군사연합체계가 시험대에 오를 것 입니다. 북한 공군이 서해 5도를 기습공격했을 때 한미가 일사불란하게 대처한다는 보장이 없는게 우리의 현실입니다.
▲전교수=잠수함 침투는 주어진 가이드 라인내에서 이루어진 일입니다. 지시에 어긋난 행위를 한 것으로 보기는 어렵습니다. 군부가 자기 스케줄대로 고유업무를 한 것일 뿐입니다. 또 군부가 여전히 강하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기도 하지요. 따라서 일부에서 말하듯 북한군부에 대한 문책이 있기는 힘들 것입니다. 보복이 충분한 가능성을 갖고 있다는 점도 같은 맥락입니다. 북한은 현재 러시아나 중국으로부터 받는 정보가 제한돼 있습니다. 자신들의 독자적 정보수집이 절실한 입장이지요. 이번과 같은 사건은 또 일어날 가능성이 큽니다. 북한이 금방 무너질 것이란 견해가 팽배해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적어도 북한의 대남정책은 일관성있게 추진되고 있다고 봐야 합니다.
▲장위원=북한내부를 강경파와 온건파, 매파와 비둘기파 등으로 나누는 것은 서구식 잣대에 의한 것입니다. 북한은 일사불란한 체제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군의 의사결정체계도 제도적으로 완벽합니다.
▲강소장=북한공군은 시간과 거리상으로 서해 5도를 폭격한 뒤, 수원에서 출격하는 우리 공군기가 반격하기 전에 철수해 버릴수 있습니다. 이쯤되면 우리 함정이 북한 영해에 진입하는 것도 마땅치 않습니다. 미사일 요격이 필요한데 통제권은 미군이 갖고 있어요. 이같은 전시작전권문제는 우리 방위체계에서 전반적으로 재점검돼야 할 사안입니다. 북한이 서해5도를 공격하면 우리는 전면전을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습니다. 하지만 전시작전권을 갖고 있는 미국이 어떻게 나올지 두고 봐야 합니다.
▲전교수=북한의 보복위협은 잠수함과 훈련된 장교 20여명의 상실이라는 큰 타격을 감안한다면 단순 「블러핑」(허풍)이라고만 볼 수 없습니다. 손해를 보충할만할 목표를 상정할 공산이 크다고 봅니다.
▲장위원=북한은 지금까지 밀어붙여서 최소한 손해본 적은 없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아웅산 테러, KAL기 피격, 서울 불바다 발언, 판문점 무력시위, 핵위협 등 사례는 많습니다. 북한은 경제를 비롯해 모든 정책에서 실패했지만 대남정책에서만은 실패하지 않았습니다. 북한은 언제라도 도발할 능력과 의도를 갖고 있습니다.
▲전교수=역시 미국의 대북인식과 이를 바탕으로 한 한미공조체제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북한에 대한 미국의 정책 기조는 그들을 개방사회로 끌어내자는(자본주의 질서의) 확장 및 개입 전략입니다. 클린턴행정부는 중동에 이어 한반도 상황까지 악화돼 대통령 선거에 악재가 되길 바라지 않습니다. 그래서 미국은 우리의 강경반응을 우려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한미 양국의 공동 강경보조가 북한을 막다른 골목으로 밀어넣을 수 있다는 측면에서 미국의 침착한 대응은 한반도 위기관리에 긍정적일 수 있으나 우리 입장에서 보면 수용하기 어려운 측면도 있습니다.
▲장위원=미국이 경수로사업에서 북한을 거들고 팀스피리트 훈련재개를 정중히 거절하거나 제네바 핵 합의 준수를 들고 나오는 것을 보면 미국의 대북 소프트랜딩 전략은 계속되는 것으로 봐야 합니다. 우리로서는 용미책, 한미공동이익을 찾아야 할 때입니다.
▲강소장=우리가 근본적으로 북한을 잘못 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중국은 50년대에 식량부족으로 4,000만명이 굶어 죽었습니다. 그렇지만 폭동은 결코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북한의 통제력으로 현재의 식량위기도 관리할 수 있다고 봅니다.
▲장위원=북한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선 북한을 북한의 시각에서 봐야 합니다. 통일되기 전 서독에는 동독학이 있었습니다. 우리는 3년전부터 겨우 북한학이 생겨나기 시작해 이제 겨우 3개 대학 정도에 학과가 설치돼 있습니다. 북한학에 대한 체계적인 연구가 시급한 실정이지요. 반면 북한은 대남사업일꾼이 변하지 않습니다. 일관성과 체계성이 있습니다. 우리의 경우 특히 대북정책만큼은 국민의 컨센서스에 기초해 꾸준히 추진돼야 합니다. 중심잡는 대북정책이 필요하다는 얘기입니다.
▲강소장=북한에 대한 모든 것을 총괄하는 중앙정보시스템의 구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봅니다. 각 분야의 정보를 집결하는 센터가 필요하다는 얘기입니다. 북한에 대한 집중적이고 종합적인 판단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부처별로, 기관별로, 기구별로 갖고 있는 정보를 통합해야 합니다. 우리정부가 단독으로, 또는 자체 군사력만을 가지고 북한을 제압하기 어렵다는 것이 딜레마입니다. 이제는 해외 상사원이나 여행객들도 자구책을 강구해야 하는, 과거와는 다른 상황이 초래돼 있습니다. 국민 각자의 안보의식 고취와 대북 인식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가 선행돼야 합니다.
현 상황에서 정부의 대북 강경정책은 불가피하다고 봅니다. 대한적십자사 같은 민간차원의 인도적 지원까지 막아서야 되겠느냐는 주장도 있지만 그렇지 않으면 우리의 결연한 의지를 전달할 방법이 없습니다.
▲전교수=정부는 북한이 어떤 수단을 동원해 어느 정도 강도로 나올 것인지 고민스러울 것입니다. 그래서 정부의 결정은 앞으로 전개될 한반도 상황에 중요한 고비가 될 수 있습니다. 우리가 북한을 흥분시키지 않고 시간을 끌어서 위기관리 체계를 유지하는 것도 한 방법입니다. 안보태세 확립이야 말로 북한의 오판을 방지하기 위한 방편이지만 북한의 좌절감, 적개심이 테러화하지 않도록 우리가 억제요인을 창조하는 것도 바람직합니다.
우리가 현상황에서 모든 것을 안보와 연계시킬 필요는 없습니다. 북한도 상황이 호전될 기미가 안 보이면 후퇴할 구실을 찾을 것이고 그때를 위해 숨통을 트여줄 공간을 만들어주는 여유도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대북경협 동결여부는 신중하게 검토해할 사안이지만 적어도 적십자의 지원은 현재 대치상황을 초월해야 한다고 봅니다.
한 사건이 터졌다고 모든 것을 「올 스톱」해버리면 옳은 선택이 아닙니다. 「증기구멍」정도는 열어두는 것이 안보위협요소를 사전 제거하는 방안이 될 수 있습니다.
▲장위원=북한은 우리의 안보의식을 경계하지 않고 있습니다. 한총련사건은 평양한복판에서 남한지지 시위가 벌어지는 경우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그러나 국민의 안보의식 확립은 시간이 걸리는 문제이지요. 일회성 사건이 주는 위기의식으로 해결되지 않습니다. 고도의 국가·사회 시스템이 바탕이 돼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대내적으로는 침착해야 하고 그래야 경제에도 악영향을 주지 않을 것입니다.
북한에 실제로 대가를 치를 것이라는 인식을 심어주기 위해서는 평소에 체계적 현실 대응능력과 단호한 정신무장을 갖추어야 합니다.
▲전교수=놀라운 것은 공비소탕작전 와중에 군기사건이 다발적으로 일어났다는 사실입니다. 군역시 평시 무드에 젖어있다는 것을 보여준 듯해서 유감입니다. 공비침투 목적에 관한 정부 발표도 혼선이 있었습니다. 정부와 군의 대응 모두가 「경험부족」이라는 인상입니다.
▲장위원=군의 기강이 문제가 되고 있는데 기본적으로는 동의하지만 군도 사회조직의 일부분입니다. 군만 독야청청할 수 없습니다. 60년대 초급장교는 월급으로 부하들에게 막걸리를 사줬지만 지금은 적금을 들어야만 하는 처지입니다. 군은 사회의 축소판입니다. 군의 상무정신은 국가와 사회 시스템이 받쳐줘야 합니다. 이스라엘은 임산부가 전투기를 몰고 전쟁이 터지면 외국유학생들도 총을 잡기 위해 돌아옵니다.
▲강소장=북한의 보복·협박 공세를 막자면 우리가 문제를 덮어버리거나 미국이 「당근」을 제공하면 됩니다. 그럼 당장은 조용해지겠지만 그것은 북한에 마냥 끌려다니는 것 밖에 안됩니다. 60년대 휴전선에서 북한군이 총격을 가해오자 우리측에서 탱크를 전방고지에 올려 대포로 응사한 적이 있었지요. 그러자 조용해졌습니다. 미국이 펄펄 뛰었지만 북한을 잠잠하게 하는데는 효과가 있었습니다.
▲전교수=북한의 대남정책 행태에 대한 연구가 크게 부족합니다. 북한이 어떻게 나올까 허둥지둥하며 당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체계적 대응이 절실합니다. 북한의 군사력보다는 우리사회 내부의 약점이 더 큰 위협요소가 될수도 있습니다. 우리정부가 북에 대해 감정적인 대응을 한다는 인상을 주어선 안됩니다. 냉철해야 합니다. 북한이 오히려 당황할 정도로 냉정해야 합니다.
▲장위원=잠수함 침투정도의 도발은 우리의 경제력과 군사력으로 충분히 흡수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는 것도 중요합니다. 그러자면 우리의 내부가 좀더 공고해야 겠지요.
▲강소장=이번 사건에 대해 우리측이 세련되지 못하게 대응한 부분이 있었습니다. 보복협박에 대한 일련의 조치도 유감스러운 부분이 더러 있었습니다. 훨씬 더 긴박했던 순간들이 이전에도 많았습니다. 우리의 자세를 좀더 가다듬을 필요가 있습니다.<정리=홍희곤·김병찬 기자>정리=홍희곤·김병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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