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스트」 19일부터·「귀천도」 등도 검토중/공륜 사전검열 폐지따라 “창작자유 구현·중흥발판 계기로”충분한 준비없이 영화의 사전검열 폐지를 맞은 영화계가 혼란을 겪고 있다. 영화 수입사 유성필름은 공연윤리위원회(공륜)로부터 이미 세 부분을 삭제당하고도 미성년자 관람불가 판정을 받은 동성애 소재의 영국영화 「프리스트」에 대해 원래대로 무삭제한 채 19일부터 단성사에서 상영키로 했다.
또한 공륜으로부터 전라 베드신 등의 삭제요청을 받았던 「그들만의 세상」과, 세 곳을 잘랐던 「귀천도」의 제작사 역시 오리지널대로 상영할 것인가를 놓고 저울질을 하고 있다. 삭제당했던 영화들이 원형대로 무더기 재상영되는 혼란스런 상황이 한동안 계속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많은 영화인들은 『검열 폐지를 창작자유의 구현과 영화 중흥을 위한 계기로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영화인들의 관심은 혼란의 최소화와 상업주의에 따른 영화의 퇴폐화 방지, 완전등급제 실현과 이를 위한 민간자율심의기구의 구성등에 집중되고 있다.
이태원 태흥영화 사장은 『자유를 지키려면 희생이 있어야 한다. 순간적인 이익 때문에 물을 흐리는 업자들이 있겠지만 이것을 최소화하기 위한 전 영화인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등급결정 기구와 성인전용극장이 생기기 전까지 당분간은 업자들의 양심에 기대할 수 밖에 없다. 심의 폐지로 그동안 심의에서 보류됐거나 상영되지 못한 영화들이 쏟아져 나올 것이 예상된다. 이중에는 섹스와 폭력 등 청소년들에게 해로운 작품들이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현재 발등에 떨어진 불은 완전등급제와 성인전용관의 설치. 이 두 제도의 도입을 주장해 왔던 김혜준 한국영화연구소 기획실장은 『우리의 성윤리와 업계의 입장을 충분히 반영하기 위해 정부와 업계가 허심탄회하게 토론하는 장이 마련돼야 한다. 일시 전용관 등 극장업자들의 현실도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외국영화 수입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이미 수입된 영화는 무삭제로 상영될 수 있겠지만 수입추천권은 여전히 문화체육부에 남는다. 따라서 전에는 삭제라도 하고 상영할 수 있었지만 문제작의 경우 문체부가 아예 수입을 불허할 수도 있다. 이는 외국들도 자국문화를 보호하기 위해 시행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영화 수입사인 플러스엔터테인먼트의 임상수 사장은 『업자들도 잘 해야 하지만 문체부도 상식에 의한 수입추천을 해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공륜,등급조정비디오 심의 계속/문체부,오늘 구체적 개정내용 발표
문화체육부는 영화진흥법과 음반과 비디오물에 관한 법률(음비법), 공연법 등을 개정키로 했다. 문체부 관계자는 6일 『공륜의 사전심의가 위헌이라는 판결이 난 만큼 비디오와 새영상물 사전심의의 근거인 음비법, 공연법 등의 개정이 불가피해졌다』고 말하고 『7일 구체적 내용을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공연윤리위원회는 영화 사전심의의 권한이 없어졌지만 등급조정의 역할은 계속할 것』이라며 『같은 영상물인 비디오와 새영상물(비디오 게임)의 사전심의는 당분간 공륜이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영화인들은 영화 등급심의 역시 공륜이 아니라 순수민간기구가 담당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완전등급제란◁
완전등급제(등급심의제)는 미국 등에 보편화한 제도이다. 사전에 문제되는 부분을 삭제하는 대신, 무삭제로 영화를 상영하되 연령층을 규정하고 이와 관련한 광고와 극장에 제한을 둔다.
미국은 자녀를 가진 7명의 민간인으로 구성된 등급심의위원회에서 결정한다. 등급은 G(일반) PG(부모의 지도요망) PG13(13세 이하 부모주의) R(17세 미만 보호자동반) NC17(17세미만 관람불가) X(포르노) 등 여섯종류이며 등급에 따라 극장에서 신분증을 꼭 검사하는등 시행에 완벽을 기한다.
프랑스는 일반, 13세미만 관람금지, 18세미만 관람금지, 전면금지 등 4개 부문으로 등급을 정하고 포르노나 폭력선동영화는 전문영화관에서만 상영케 하고 있다.<권오현 기자>권오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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