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저녁 8시 신문사의 와이어룸(외신실)에는 노벨문학상 수상자를 알리는 짤막한 기사가 급전되었다. 「폴란드시인 비스와바 심보르스카 노벨문학상 수상자 선정」. 뒤를 이어 1시간동안 로이터, AP등 주요 통신에서는 그의 문학세계와 생활을 알리는 기사가 꼬리를 물고 전송되었다.18세기 후반부터 프로이센, 러시아, 오스트리아 3국의 분할통치를 받은 나라 폴란드.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독일의 유대인 대량학살이 자행된 아우슈비츠수용소가 있는 나라. 48년 노동자당(공산당) 집권 이래 반소련 자유화운동과 자유노조운동으로 분란이 끊이지 않은 나라. 그런 폴란드의 네번째 노벨문학상 수상자는 의외로 정치와 무관하게 인간 보편의 문제를 다룬 시를 쓰면서, 문학에만 열중한 사람이었다. 덧붙여 외신은 『번역이 서툴렀다면 나의 시는 거론되지도 않았을 것이다. 스웨덴어 번역자에게 감사한다』는 그의 수상소감을 전했다.
그 시간, 서울 스위스그랜드호텔에는 유랑과 이민으로 고국을 떠났던 동포문인 100여명이 「한민족문학인대회」를 위해 모여 있었다. 폴란드가 그랬던 것처럼 외세의 침략과 이념의 갈등이라는 아픈 세월을 보낸 우리 현대사의 모습을 증거하는 자리였다. 앞으로 언제 다시 마련될지 모르는 귀한 행사이기도 했다. 하지만 나흘 일정인 대회의 문학관련 행사는 이 날 낮에 열린 심포지엄 뿐이었다. 동포문인들은 4일 「문학의 해 조직위」 인솔로 남북대결의 현장인 판문점과 제3땅굴을 방문했다. 한 동포문인은 『한민족이 화합하여 문학을 놓고 토론하는 행사인 줄 알았다』고 의아한 반응을 보였다. 은발이 수북하도록 조용히 시쓰기에 몰두한 동구의 여성시인과 실속없이 꾸며진 우리의 문학행사는 대조적이었다. 이제 문학 자체를 소중히 여기는 진지한 문학활동이 필요하지 않을까. 그 활동의 기술적인 세목에는 한국문학의 체계적 번역을 위한 사업도 분명 포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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