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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덕근 영사 피살­사건 3일째 수사방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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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덕근 영사 피살­사건 3일째 수사방향

입력
1996.10.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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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측 관련여부 수사력 집중/둔기가격 횟수 등 “계획적” 정황/「북 청부」­러 마피아 개입 추정도최덕근 주 블라디보스토크 영사 피살사건 수사는 발생 3일째를 맞으면서 우선 북한측의 관련 여부에 초점이 모아지고 있다. 특히 러시아 합동수사반은 3일 최영사의 아파트 맞은 편에 위치한 건물에서 기숙하던 북한인 벌목공 가운데 2명을 연행, 사건 당일 행적 등 이번 사건과의 관련 여부를 집중 추궁하고 있다.

러시아 합동수사반은 시체부검결과 및 현장 유류품, 주민들의 진술, 북한측 움직임에 대한 조사분석을 통해 이미 사건의 가닥을 잡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현지수사반은 『관련증거를 충분히 확보 하고 있다』고 말하는 등 수사에 자신감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사안의 성격상 수사가 이들의 장담대로 진행될는지 여부는 여전히 미지수이다.

현지 수사반은 이번 범행이 최영사에 대한 뚜렷한 살해 목적과 계획에 따라 집요하게 이루어졌다는 점과 최영사가 대북정보업무를 전담했다는 점 등을 감안, 북한 관련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이에따라 현지 수사반은 러시아인 우범자 및 벌목공 등에 대한 수사 외에, 외교관 차량 행적추적 등을 통해 연해주 일대 공관을 거점으로 활동하고 있는 북한 공작원의 움직임을 분석하고 있다.

한편 1차 부검결과 최씨의 머리 함몰은 한두 차례의 결정적 가격에 의한 것이라기 보다는 무려 8차례에 걸친 격렬하고 집요한 가격에 의한 것으로 밝혀졌다. 조창범 외무부 구주국장은 3일 러시아측으로부터 전달받은 1차 부검결과를 발표했다. 조국장은 『최씨의 사망원인은 두개골 손상』이라며 『원통형의 단단하고 뭉툭한 물체로 8차례 가격됐으며, 두개골 파열 및 뇌출혈이 있었다』고 밝혔다. 또 『독극물 검출여부는 확인되지 않고 있으며, 오른쪽 옆구리의 찔린 상처는 늑망공동(PLURA CAVITY)까지는 관통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정부 관계자는 이와관련, 『계획살인임은 분명하나, 전문가의 솜씨가 아닐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현지보고 등을 토대로 범인이 ▲북한측 인사또는 벌목공이거나 ▲북한의 하청을 받았거나 유관 러시아 범죄집단 ▲또는 러시아 마피아일 것으로 보고 있다. 금품을 노린 단순범행일 가능성도 있지만 정황으로 봐서 그다지 무게를 두지 않는 분위기이다.

러시아측은 4일 1차 부검결과 및 수사진척상황을 공식발표할 예정이다.<장인철 기자>

◎현지표정/교민들 “조마조마했는데 결국” 절망감/러시아인도 충격 “더이상 안전지대 아니다”

최덕근 영사 피살사건을 접한 교민사회는 『드디어 올것이 왔다』는 절망감에 빠져 있다. 블라디보스토크는 러시아에서도 대표적인 범죄도시인데다 북한과 가까워 북한공작원의 납치 및 테러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살아온 교민들은 총영사관에서 교민안전을 총괄하는 당사자가 피살된 이번 사건의 충격에서 좀처럼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D전자의 한 직원은 『블라디보스토크에 거주하는 한국인들은 항상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생활해 왔는데 최영사가 피살되면서 교민들은 더이상 어떻게 해야할 지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그는 최영사가 평소에도 교민들에게 북한의 납치 및 테러가능성을 강조하면서 동양인들과는 함부로 악수를 나누지 말도록 주지시켜왔다고 전했다. 잘 훈련된 북한공작원은 악수를 하면서 독침이나 마취제를 사용해 대상자를 기절시킨 뒤 온몸을 붕대로 감아 북한으로 납치한다는 것이다.

개인사업을 하고 있는 또다른 체류자는 『일반인도 아닌 외교관 신분의 최영사 피살로 일분 일초가 가시방석에 앉은 기분』이라며 『모든 것을 청산하고 떠나야 할 때가 온 것같다는 기분이 든다』고 심정을 토로했다.

총영사관은 이같은 교민들의 동요를 진정시키는 한편 총영사관내에 빈소를 설치, 교민들의 분향을 받고 있다. 영사관측은 특히 교민안전을 위해 기존의 비상연락망을 재점검하고 가끔 이웃에 전화해 안전을 확인토록 하는 한편 밤에는 절대로 혼자 나다니지 말도록 당부했다.

러시아인들도 최영사의 피살사건에 충격을 받은 모습이다. 블라디보스토크의 유력지 「블라디보스토크」는 2일 1면과 5면에 최영사 피살사건을 자세히 다루면서 『블라디보스토크는 더이상 안전지대가 아니다』라고 규정했다. 현지상사직원들은 『본국에서 출장자가 올 경우 가급적 양복차림을 피하고 현지인과 비슷한 옷을 입어 범죄집단의 표적을 피하라』고 충고하는 실정이다.

러시아 경찰당국은 북한과의 외교관계를 의식, 공개적으로 표명하고 있지는 않으나 북한당국의 연루가능성을 내사하고 있다는 소문이 나돌고 있다.

경찰은 그러나 한국을 왕래하는 보따리 장사꾼을 후원하는 일부 마피아 세력이 총영사관의 비자발급문제에 불만을 품고 최영사를 「경고」차원에서 살해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있다. 또 마피아가 장악하고 있는 외국인 아파트 「글로리아」측이 3∼4개월전 최영사가 떠나는 바람에 한국인 입주자들이 동요하자 이를 막고 블라디보스토크 외국인 사회에 불안을 조성하기위해 최영사를 살해했을 가능성도 경찰당국은 배제하지 않고 있다.<블라디보스토크=이진희 특파원>

◎이석곤 총영사 일문일답/“북 개입 개연성 있지만 단언 못해”/수거장갑 크기로 봐 동양인 것 아닌듯

이석곤 주 블라디보스토크 총영사는 3일 총영사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최덕근 영사 피살사건에 관한 러시아 당국의 수사상황과 부검결과 등에 대해 설명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내용.

―수사는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

『러시아측은 연해주 검찰과 경찰, 연방보안국(FSB)이 합동수사를 펴고 있다. 수사는 북한측의 개입 가능성, 개인적 원한관계, 이권문제를 둘러싼 마피아의 소행 등 10개 분야로 나눠 이뤄지고 있는데 아직 중간수사결과를 통보받지 못했다』

―북한측의 개입 가능성은.

『개인적으로는 그럴 개연성이 있다고 보지만 수사결과가 나올 때까지 뭐라고 말할 수 없다』

―범인의 것으로 보이는 장갑에서 지문이나 혈흔이 발견됐나.

『사건현장인 아파트 5층과 6층 사이에서 발견된 검은 색 가죽장갑은 수사당국이 수거해갔다. 발견 당시 장갑에는 피가 묻어 있지 않았으며 지문을 채취했는지는 잘 모른다. 확실치는 않지만 육안으로 볼 때 장갑의 크기가 동양인의 것으로는 보이지 않았다』

―사건 발생 당일인 1일 북한 총영사관이 있는 나홋카로 통하는 길목을 차단하고 검문검색을 실시했다는데.

『우리 총영사관측이 길목 차단을 경찰당국에 요청했다. 이 길은 평소에도 밤 10시 이후에는 검문검색을 한다. 그러나 사건 당일 북한 번호판을 단 승용차 등 북한측 차량이 통과했는 지 여부는 러시아측이 확인해주지 않고 있다』

―평소 북한측으로부터 신변위협을 느낀 적이 있는가.

『블라디보스토크는 특수한 지역이다. 평소 시내에서 북한인들을 마주칠 만큼 거의 생활을 같이 하고 있다. 그러나 북한인들로부터 협박전화를 받은 적은 없다. 다만 북한측이 마음만 먹으면 무슨일이라도 할 수 있다는 게 개인적인 생각이다』<블라디보스토크=이진희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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