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가 남자를 버리고 싶을 때」 여성 억압구조 냉철히 조명/「담배 피우는 여자」 연기로 채운 주부의 허전함두 편의 여성문제 모노드라마가 경연하고 있다. 9월12일부터 공연중인 극단 서울앙상블(594―5762)의 「여자가 남자를 버리고 싶을 때」, 1일 개막된 산울림(334―5915)의 「담배 피우는 여자」.
「여자가…」는 잘 알려지지 않은 30대 여배우 주미숙이, 「담배…」는 중견배우 손 숙이 맡았다. 스타와 겨루는 형국이라니, 주미숙의 운이 나쁜 것일까. 그는 『손선배가 연륜과 테크닉으로 승부한다면 나는 진실과 성의를 다하고 있다』고 말한다. 아동극단 활동부터 지금까지 한 눈 팔지 않고 연극만 했고 연극으로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배우다.
두 작품은 대조적이다. 「여자가…」는 「어느 무정부주의자의 죽음」 「돈 내지 맙시다」로 잘 알려진 이탈리아인부부 다리오 포, 프랑카 라임의 공동작품. 원제는 「여자의 역할」이다. 직장인, 가정주부, 섹스 파트너, 어머니로서 여자를 옭아매는 덫을 드러냄으로써 여자를 짓누르는 사회를 고발하고 저항하는 전투적 작품이다. 그 방법으로 구호 대신 웃음, 눈물 대신 냉정한 비판을 취하고 있다. 넋두리나 한풀이같은 카타르시스를 기대하면 오산이다. 작가도 연출자(하경봉)도 감상주의는 사절한다.
김형경의 소설을 각색한 「담배…」는 「목소리」 「위기의 여자」 「엄마는 오십에 바다를 보았다」 「딸에게 보내는 편지」등 여러 편의 여성연극 성공작이 있는 임영웅이 연출했다. 삶의 허전함을 담배연기로 채워가는 주부의 이야기다. 사회와 가정의 폭력을 향한 눈물겨운 항변이 있지만 싸움을 걸지는 않는다. 「여자가…」는 11월10일까지 인간소극장, 「담배…」는 12월29일까지 산울림소극장에서 계속된다.<오미환 기자>오미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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