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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E의 대응전략(불황 이렇게 극복했다: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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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E의 대응전략(불황 이렇게 극복했다:4)

입력
1996.10.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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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 날 장마 대비 “예측경영”/비대조직 미리 정비 81년후 15년 연속 이익 늘려『백전백승 비선지선, 불전이굴인지병 선지선』

한국 일본 대만 등 동양권 경영자들이 경영필독서로 애독하는 손자병법의 모공편에 있는 구절로 『전쟁에서 백전백승하는 것보다 싸우지 않고 전쟁에서 이기는 것이 최상』이라는 뜻이다. 3,000년전 중국 전국시대때 손자가 설파한 이 격언에서 「전쟁」을 「불황」으로 바꾸면 현재의 경제상황에 딱 들어맞는 말이 된다. 요컨대 불황이 닥친 뒤에 감량경영 정리해고 등 자구책을 마련하는 것보다 불황을 먼저 예측하고 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의미다.

『막판에 몰리기 전에 먼저 변화하라(Change Before You Have To)』를 전략적 모토로 삼고 있는 미국의 GE(General Electric)사는 경쟁사보다 불황을 먼저 예측해 「강한 회사」로 자라난 대표적인 기업이다.

82년은 미국 경제사에서 「모순의 연도」로 기억된다. 신임 레이건행정부가 「위대한 미국의 건설」을 외치며 「레이거노믹스」라는 공급위주 경제회생책을 들고 나왔지만 오히려 이때부터 10년 넘게 이어질 미국경제의 장기불황이 시작됐다. 더욱 아이러니컬한 것은 미국경제가 불황의 긴 터널에 본격 진입한 81년이후 GE의 손익계산서와 대차대조표에서 적자항목이 사라졌다는 점이다.

GE는 81년이후 15년 연속으로 매출액과 이익을 늘려가고 있다. 81년 370억달러의 매출액과 17억달러의 순이익을 기록했던 GE는 14년동안 순항을 거듭, 95년말 연말결산에서도 매출액 700억달러와 순이익 65억7,000만달러라는 초강세를 이어가고 있다. 주가도 81년 14.35달러였던 것에 비해 93년말 104.78달러로 7배이상이나 뛰었다. 이는 같은기간에 IBM 포드 등 전통적인 미국의 간판기업들이 사상최대의 적자를 기록하며 휘청거린 것과는 대조적이다. 실제로 GE는 86년 RCA사를 63억달러에 사들이는등 사세를 넓혀 95년 비즈니스위크지와 포브스지에 의해 각각 「미국에서 주가가 가장 비싼 회사」와 「미국의 최우수 기업」으로 선정됐다.

그러나 GE가 항상 우량기업이었던 것은 아니었다. 81년이전까지 GE는「GNP회사」로 불렸다. 비대한 조직, 방만한 경영때문에 매출액이나 이익증가율이 미국의 GNP성장률과 똑같았기 때문에 얻은 조롱섞인 별명이었다. 덩치는 크지만 야무지지 못한 회사라는 것이 80년대 이전까지 GE를 바라보는 주변의 일반적인 시각이었다.

GE는 82년 잭 웰치라는 걸출한 경영자가 회장에 취임하면서 전혀 다른 기업으로 변신했다. 웰치 회장은 최고경영자의 자리에 오르자마자 『세계시장에서 1∼2위를 차지하지 않는 사업은 손대지 않겠다』며 「원 3개의 컨셉트」로 유명한 동그라미 3개를 그렸다. 웰치회장은 3개의 동그라미에 경쟁력이 있다고 평가한 ▲서비스사업 ▲기술사업 ▲핵심사업 등만을 써놓은 뒤 나머지 사업부문은 모두 처분해 버렸다. 이렇게 해서 GE는 100개가 넘던 사업분야를 우주항공 가전 금융 의료기기 방송 플라스틱 정보서비스 수송장비 등 13개 사업부로 정비했다. 그리고 웰치 회장이 3개의 원안에 넣었던 이들 사업부는 다른 회사들이 넘보기 힘든 세계최강의 경쟁력을 갖춘 사업부로 자라났다.

불황에 미리 대비하는 GE의 경영혁신은 최근에도 계속되고 있다. 웰치 회장은 최근 『2000년까지 제품결함률을 현재(3.5%)의 1만분의 1로 줄이는「식스 시그마(Six Sigma)」로 명명된 경영개혁에 착수한다』고 발표했다. GE는 「식스 시그마」운동으로 제품개발 생산 판매 등에 걸친 회사 전체의 업무흐름을 혁신해 연간 100억달러이상의 비용을 삭감할 계획이다.

날이 맑을때 궂은 시기를 대비하는 GE의 이같은 예측경영은 호황기의 단꿈에 젖어 도끼자루 썩는줄 모르고 지내다 불황기에 허둥대는 단기안목의 한국기업에 좋은 벤치마킹의 대상이다.<조철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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