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 초조 안절부절… 심하면 불면증세까지/한발 물러나 여유 찾아야 자녀도 정서적 안정「고3 엄마병」이란 정신의학 사전에도 없는 질환을 호소하는 가정주부들이 정신과 외래를 찾고 있다.
대부분의 증상은 불안 초조 안절부절못하는것 등이다. 이런 증상은 수험생 자녀가 잠시라도 공부에 전념하지 않는 모습을 보일 때 더욱 심해지고 때론 폭발하듯 솟구치는 분노의 감정까지 느낀다고 한다.
더 심해지면 불면 등 신체증상까지 호소한다. 이는 극심한 예기불안증상이자 장기간 자신은 돌보지 않고 자녀입시에만 매달리며 일상생활을 박탈당함으로써 자기 소외상태를 견뎌야만 하는 「만성 박탈증상」으로도 해석될 수 있다.
가정주부는 가족의 물리적 안녕 뿐만 아니라 정서적 영양까지 공급해야 하기 때문에 정서적 결핍상태를 돌아볼 여유가 없다. 성적을 올려서 「번듯한 대학」에 들어가는 것에 자녀의 행복과 가문의 명예가 달려 있다고 여기게 만드는 현 사회제도는 엄마들의 마음을 더욱 절박하게 한다. 대학입학이 진정한 실력만으로 이뤄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적절한 학원·과외선생을 선택했는지, 공부하는 방법은 제대로 짚은 것인지, 선택한 대학의 경쟁률은 어떤지 등 복병처럼 도사리고 있는 수많은 요행수들이 엄마들의 불안을 가중시킨다.
불안은 승부를 예측할 수 없는 그리고 다시는 되풀이할 수 없는 절박한 상황에서 자신의 모든 것을 걸어야 할 때 불가피하게 생길 수 밖에 없다. 그러므로 이같은 불안은 결코 병적인 것이 아니다.
병적인 것은 요행수를 만드는 교육제도와 부모와 학생을 절박하게 몰아가는 우리 사회의 가치관이다. 자식을 통한 자아실현의 길만 인정받는 사회분위기 탓에 엄마의 절박함은 정신질환까지 일으키기도 한다.
그러나 한발 물러나 현재 처한 불안의 조건들을 파악하고 때론 실패의 체험들이 삶의 좋은 경험이 될 수 있다는 여유를 가진다면 이러한 「정상적인 불안」은 견딜 만한 것이고, 이러한 엄마의 평안은 자녀에게 도리어 정서적 영양이 될 수 있을 것이다.<최보문 가톨릭대 의대교수·성가병원 정신과>최보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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