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아땐 중절” 선별낙태 연평균 2만2천여건/결혼제도 붕괴 등 심각한 사회문제 근원 판단검찰이 그동안 의료계에 관행으로 굳어온 태아성감별 의사들에 대해 처음으로 사법처리의 메스를 댔다. 낙태가 실정법상의 범죄라는 측면은 물론 인위적으로 왜곡된 남녀 성비로 인한 결혼제도의 붕괴 등이 앞으로 심각한 사회문제의 소지가 될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보건복지부도 5월 인위적인 성비 파괴의 심각성을 인식, 태아성감별 의사의 면허를 취소하는 내용의 의료관계 행정처분규칙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그러나 성감별이 음성적으로 이뤄지는데다 선별낙태의 경우 아예 진료기록조차 남기지 않아 행정단속이 사실상 불가능한 점을 감안, 검찰이 직접 수사에 나서게 된 것이다.
검찰수사결과 대부분의 산부인과의사들은 돈을 받고 태아의 성감별을 해주었을 뿐만 아니라 태아가 여아로 감별됐을 경우 임신중절수술까지 해준 것으로 드러나 단순한 남아선호사상으로 용인하기 힘든 수준에 이르렀음을 보여 주었다. 특히 성감별기술이 향상된 85년이후부터 선별낙태가 가속화하고 있으며 고소득 고학력부모들이 이같은 흐름을 주도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통계에 따르면 성감별에 의한 선별낙태는 연평균 2만2천4백여건으로 추정되고 따라서 태어날 수 있는 전체여아의 약 9%가 어머니뱃속에서 「살해」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통계청조사에서도 우리나라의 이같은 인위적 성비파괴는 해마다 심각해지는 것으로 확인됐다.
여아 1백명당 남아수를 나타내는 출생 성비는 80년 1백5.3에서 86년 1백11.7, 91년 1백12.5, 94년 1백15.5로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이는 같은 유교권으로 남아선호사상이 강한 중국 대만 등을 앞질러 세계최고 수준이다. 특히 첫번째와 두번째 아이의 성비는 94년 현재 각각 1백6.1, 1백14.3인 반면 세번째 네번째아이는 2백5.9, 2백37.7로 두배가 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번에 검찰에 적발된 의사들에게 성감별을 의뢰한 사람의 대부분이 딸만 2∼3명을 둔 임산부이며, 이들중 상당수는 2∼3번씩의 낙태경험까지 갖고 있었다는 사실은 이같은 경향을 뒷받침하고 있다.
검찰조사결과 일부 임산부는 시어머니와 남편에 끌려 강제로 성감별을 강요당하고 있으며 심지어 의사앞에서도 아들을 못낳는다는 이유로 폭언과 폭행까지 당하는 경우도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송용회 기자>송용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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