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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목되는 판문점 대좌(사설)

입력
1996.10.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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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장공비 침투사건과 관련하여 북한의 요청으로 오늘 열리는 유엔군사령부(UNC)와 북한간의 군사접촉을 보는 우리의 심경은 편치가 않다. 휴전협정에 의한 군사정전위 회담이 아니라 UNC를 전적으로 관할하는 미국이 도발을 자행한 북한과 직접 대좌를 한다는 강한 인상을 받게 된다. 도저히 납득할 수가 없다.지난 43년간 한반도의 평화를 지탱해 오고 있는 장치는 휴전협정이지만 지금은 고장난 상태다. 이는 북한의 불법적이고 일방적인 협정무력화 기도 때문이다. 북한은 90년대 이래 미국과의 단독평화협정 체결을 목적으로 휴전협정을 고의적으로 짓밟아 왔다.

그러나 이같은 파괴기도가 모두 불법행위임은 말할 것도 없다. 협정무효화는 당사국들과 협의에 의해야 하며(61조) 또 유엔안보리의 승인을 받아야만 하는 것이다. 그전까지 휴전협정은 유효한 것으로서 북한의 이번 공비침투는 명백한 협정위반사항인이상 군사정전위에서 논의 추궁돼야 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저들은 지난 19일 UNC의 공비침투항의서의 접수를 거부한 채 23일에는 「훈련중 표류한 것」이라고 생떼를 부리고 「천배 백배의 보복」운운하는 적반하장의 망동을 저지르기도 했다. 결국 그런 북한의 군사접촉 제의를 미국이 수락한 것은 주목할 만한 사태진전인 것이다.

미국은 공비침투사건에 대해 「중대한 무력도발」 「훈련운운은 거짓말」이라고 일축했다. 또 4자회담을 제의한 한미정상의 공동발표문에서 양국은 새평화체제확립때까지 정전협정을 준수할 것을 다짐했음에도 불법행위를 한 북한과 그것도 군사정전위가 아닌 휴전협정과 무관한 형식으로 군사접촉에 응한다는 것은 엄청난 모순된 행위다.

유엔사측은 「통상적인 일직장교간의 접촉」 「무슨 얘기를 하는지 들어보겠다」고 하나 북한이 인민무력부성명내용인 발뺌선전으로 시간을 벌려는 저의가 뻔한 것 아닌가.

이같은 미국의 태도는 핵합의이래 클린턴 재선을 위한 북한단속과 끌어안기의 일환으로 짐작되나 정치적 실리를 위해 결과적으로 휴전협정의 틀을 외면하고 북의 의도에 따르는 인상을 주게 되어 매우 유감스럽다. 미국의 대북접촉이 공비사건후 김영삼 대통령의 북한정책 전면 재검토 등 강경기류 움직임에 대한 견제가 아닌가 하는 의구심도 지울수가 없는 것이다.

이 시점에서 미국이 해야 할 일은 북한으로 하여금 도발 중지와 함께 휴전협정을 준수할 것과 체제유지를 위해서도 4자회담의 수락과 개방을 하도록 일관된 압력을 가하는 것이다.

이번 접촉과 관련하여 답답한 것은 우리 정부의 침묵이다. 북·미 군사접촉을 구경만 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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