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소추 초기에 잇단 타격/무리한 적용 간첩혐의 포기 이어 두번째로 “좌절”/한국 연고·빚 내세운 “도주위험” 주장 설득력 약해한국계 미국인 로버트김씨(56)를 기밀누설 혐의로 기소한 미 연방검찰은 김씨에 대한 법원측의 보석 결정으로 커다란 타격을 입었다.
당초 김씨에게 최고 사형 구형이 가능한 간첩혐의를 적용하려다 증거능력 부족을 깨닫고 한발짝 물러섰던 검찰로서는 2번째로 겪은 좌절이다. 현지 언론도 「스파이 사건」의 피고인에게 법원의 보석 결정이 내려진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라고 전했다.
물론 검찰측이 법원의 보석 결정에 불복, 즉각 항고를 제기한 상태라서 김씨가 자유의 몸으로 재판을 받게될지 여부는 속단하기 이르다. 그의 석방 여부는 2일로 예정된 2차 심리에서 결판난다. 게다가 검찰은 대배심을 열어 그에게 간첩혐의를 적용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검찰은 지난달 30일 버지니아주 알렉산드리아시의 연방지법에서 열린 예비심리에서 몇가지 구체적인 이유를 들어가며 보석결정에 반대의견을 표시했다. 로버트 체스넛 검사는 김씨의 친척들이 한국에 살고 있으며 그가 한국 관리들과 다양한 접촉을 유지해왔기 때문에 한국이 그에게 피난처를 제공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체스넛검사는 또 김씨가 곧 실직당할 상태인데다 10만달러 상당의 신용카드 빚을 지고 있다는 사실을 들어 그가 도주위험이 높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김씨의 법정변호인 제임스 클라크씨는 한국이 미국과의 외교관계 악화를 무릅쓰면서까지 김씨에게 도피처를 제공할리 만무하다고 강조했다. 또 김씨가 66년부터 미국에 거주해온데다가 부인과 3남매(1남2녀)까지 미국에 살고 있기 때문에 도주의 우려는 없다고 말했다.
결국 커티스 시웰 치안판사는 보석금을 20만달러로 확정한 뒤 3가지 조건을 붙여 김씨의 보석을 허가했다. 피고인과 부인의 여권을 압류하고 김씨의 외출은 워싱턴 DC로 제한하며 소재지를 정기적으로 법원에 보고한다는 것이다.
김씨에 대한 보석금은 그가 다니던 버지니아주 매클린 소재 「워싱턴 한인교회」의 교우 4명이 그들의 부동산을 저당잡혀 마련했다. 이 교회의 담임목사인 조영진 목사는 『김씨가 지난 18년동안 교회에 다니면서 열심히 살아온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에 교우들이 재산을 바쳐서라도 그를 돕자고 나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법원에는 김씨의 친지와 교우 등 50여명의 교포들이 나와 방청석의 3분의 1 가량을 채웠는데 녹색 수의를 입고 나온 김씨는 심리도중 일체 말을 꺼내지 않았으나 퇴정때는 교포들에게 엄지 손가락을 펴보이며 사의를 표했다.<워싱턴=이상석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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