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미국은 6·25전쟁을 계기로 혈맹관계를 이뤘다. 하지만 1970년대 중반에 발생한 박동선 사건은 혈맹관계에 의구심의 먹구름을 드리우게 했다. 이즈음 망명한 김형욱 전 정보부장의 의회증언으로 공작혐의가 드러나자 미국조야는 한국정부를 의심했다. ◆이번 미 해군소속문관인 로버트김(김채곤)씨가 기밀서류를 주미한국대사관무관인 백동일 해군대령에게 전달한 혐의로 연방수사국(FBI)에 체포된 사건을 두고 미국언론은 한미관계사상 최초의 군사스파이 사건이라고 크게 보도하고 있다. 혈맹우방간에 스파이 사건이라는 것은 양국 국민 모두에게 실로 어리둥절한 일이 아닐 수 없는 것이다. ◆FBI의 기소장에 따르면 김씨의 사무실을 수색한 결과 대한 컴퓨터 판매협상정보와 한국지도자들에 대한 평가서류 등 50여건을 유출하는 불법행위를 했다는 것. 그러나 스파이 행위치고는 너무나 엉성한 것은 서류들을 우편, 팩스, 인편 등으로 전달한 것도 그렇고 미관리의 말대로 내용도 언젠가는 한국이 갖게 될 것들이다. 진실이야 앞으로의 조사에 의해 밝혀지겠지만 지금으로선 3급 스파이 사건을 보는 느낌이다. ◆대체로 체포배경은 김·백양인이 너무 가까운데 의혹을 갖거나 컴퓨터판매가격을 유출했다고 업자들이 제보했으며 혹시나 이 정도라도 김씨 및 다른 미군관계자에게 뇌물이 들어간 것이 아닌가 하는 추측을 할 수 있다. 이밖에 이번 공비사건으로 우리 정부가 경수로 원전의 보류와 팀스피리트 훈련의 재검토 등 강경자세를 보인데 대한 반발로도 분석될수있다. ◆어떻든 우리를 놀라게 한 것은 국군의 날 기념리셉션 현장에서 김씨를 체포한 것이다. 아무리 자국의 시민권자라지만 우방국 주최잔치 자리에서, 그것도 신원이 확실한 사람을 체포한 것은 이해할 수 없는 행위임이 분명하다. 우리 정부가 수사에 적극 협조를 다짐했고 페리 미 국방장관도 『양국관계를 손상시키지 않을 것』이라고 한 이상 양국은 진상규명에 전력을 다해야 한다. 과연 첩보행위인지 한낱 3류정보에다 친우간의 협조차원인지를 밝혀야 한다. 남의 나라 경축식장에서 체포하고 「스파이 운운」한 문제들은 그 다음에 따질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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