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중임제 거론 아니다” 불구/“개헌논의 공론화 단초될까” 관심『국가경영을 5년 단위로 토막내 할 수는 없다』라고 말한 이홍구 신한국당대표의 발언에는 과연 정치적 함의가 있는 것일까. 물론 이대표측은 『발언의 진의가 잘못 전해졌다』며 확대해석을 잔뜩 경계하고 있다.
이대표의 발언은 미래지향적 국가경영, 그중에서도 경제문제의 해결을 위한 장기적 시각을 강조하다가 나온 말일 뿐 결코 「대통령임기」나 「개헌」과 관련된 대목은 전혀 없다는 해명이다.
한 측근은 30일 이 문제가 야당의 반발 등 미묘한 파장을 낳자 『이대표의 발언은 5년동안 해야 할 일과 장기적으로 해야 할 일을 구분해야 한다는 의미이지 대통령임기를 놓고 이러쿵저러쿵 한 얘기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따라서 이대표 발언을 거두절미해 마치 대통령중임제 개헌을 염두에 두고 흑막이 있는 것처럼 해석하는 것은 말도 안된다는 반응이다.
실제로 29일의 기자간담회에서 이대표가 『대통령 임기 5년은 너무 짧다』고 말한 적은 없다. 더욱이 이대표는 이 부분에 대해 『5년 단임제가 우리 실정에 맞지 않다는 뜻이 아니다』라고 부연설명까지 했다.
그러나 이대표 발언의 행간을 찬찬히 들여다보면 5년 단임제의 현행 헌법에 대한 문제제기의 시각이 전혀 없었다고 보기도 어렵다. 그의 발언을 뒤집어보면 「임기 5년안에 할 수 있는 일은 그리 많지 않다」는 뜻의 해석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대표가 개헌의 필요성을 얘기한 것도, 현행 헌법의 문제점을 꼬집어 부각시킨 것도 아니지만 그의 발언속에는 정치적 확대해석을 불러일으킬만한 여지가 있다고 보여진다. 가뜩이나 김수한 국회의장이 「대통령 4년 중임제」를 말한바 있고 이기택 민주당총재가 대선부재론을 언급한 시점에서 나온 집권당 대표의 발언은 어차피 본의든 아니든 「개헌논의」에 대한 정치권의 잦은 단상을 유도하는 결과를 빚은 셈이다.
때문에 이대표의 발언은 본인의 해명과 진화노력에도 불구, 어떠한 형태로든 「개헌논의 공론화」의 빗장을 여는 단초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 여기에는 대통령중임제 개헌은 물론 내각제개헌논의까지도 포함될 수 있을 것이다.<정진석 기자>정진석>
◎야권 반응/“정치적 의도 없나” 주시속 일제 비난
국민회의와 자민련 등 야권은 30일 각각 대변인 성명과 논평을 통해 「기존의 대통령 5년 단임제로는 미래를 지향하는 국가경영을 할 수 없다」는 이홍구 신한국당 대표의 발언을 비난하고 나섰다.
국민회의 정동영 대변인은 이날 성명에서 『김수한 국회의장의 4년중임 개헌론에 이어 여당대표가 맥을 같이하는 발언을 한 것은 불순한 의도가 개재됐을 수 있다는 의혹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총체적 실정을 저질러 놓고 임기타령을 하는 것은 후안무치한 행태』라고 비난한 뒤 『5년 임기도 역사적 업적을 남기기에 짧지 않은데 대통령의 의중을 충직하게 반영하는 관리형 대표인 이대표가 그러한 발언을 한데 대해 주목한다』고 덧붙였다.
자민련 안택수 대변인도 논평에서 『미래를 지향하고 21세기에 대비하기 위해 김영삼 대통령의 임기를 연장해 주자는 주장인지, 중심도 없고 납득도 안가는 발언』이라고 성토했다. 그는 또 『이홍구 대표의 발언은 김수한 국회의장의 대통령 임기4년 중임제주장에 이은 것이어서 집권당의 정치적 저의가 숨겨져 있는지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며 일단 부정적 반응을 보였다.<박진용 기자>박진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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