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봉제 실시/380여 사원중 70명 퇴직 충격딛고 1년만에 흑자/개인별 성적따라 연말 30∼400% 별도 성과급도/과장이 최상급 평가 부장이 강등 경우도/평균 유휴인력 50명 13명으로 대폭 줄여『2000년대 기업조직은 어떤 모습일까』
최근 개방시대 첫 불황을 맞은 기업현장에서 무한경쟁시대에도 살아남을 수 있는 자생력을 갖춘 기업조직과 인사관행이 무엇인가에 대한 논의와 실험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기존의 연공서열대신 철저한 능력위주의 인사관행으로 구성원들의 노동생산성을 높이는 인사제도와 불황에 보다 빨리 적응할 수 있는 유연성있는 조직을 미래의 기업조직으로 손꼽고 있다.
94년 경영혁신을 단행한 동양그룹 계열의 정보통신회사인 동양SHL(대표 염휴길)은 2000년대 한국기업의 모습을 가늠케 하는 회사다.
91년 창립한 동양SHL은 93년까지는 「잘 나가는」회사였다. 업종인 정보통신분야가 성장산업이었기 때문에 동양그룹내의 전산화만으로도 매년 2억∼3억원씩의 순이익을 낼수가 있었다. 그러나 동양그룹의 전산화가 마무리된 94년에는 성장속에 숨겨졌던 여러가지 문제가 드러났다. 유휴인력이 너무 많았고 능력과는 관계없이 인건비가 지급돼 적자가 94년 한해에만 그동안의 누적이익을 훨씬 넘는 24억원에 달했다.
경영난을 타개하기 위해 염사장이 부임했고 곧 경영혁신팀이 구성됐다. 4개월간의 경영진단끝에 ▲능력없는 사람이 높은 자리에 있고 ▲일하지 않고 월급만 받는 유휴인력이 너무 많으며 ▲일을 잘하는 직원과 그렇지 않은 직원들이 똑같은 월급을 받는다는 3가지 문제점이 발견됐다.
이를 깨기 위한 대대적인 제도개혁이 시작됐다. 우선 능력있는 사람을 적재적소에 배치하기 위한 개혁이 이뤄졌다. 「사원―대리―과장―부장」 등 기존의 연공서열에 따른 직급제도가 폐지됐다. 전직원 380여명을 대상으로 직무등급을 평가해 기존의 직급체계와는 전혀 관계없이 어시스턴트(Assistant) 스페셜리스트(Specialist) 컨설턴트(Consultant) 등의 직무수준이 새로 부여됐다. 이 과정에서 과장이 최상위등급인 「컨설턴트」로 평가되는가 하면 오히려 부장이 컨설턴트보다 2단계 낮은 「스페셜리스트」로 강등되는등 30여명의 직무수준이 기존의 서열과는 다르게 평가되는 이변이 벌어졌다. 갑자기 강등된 직원들을 고려해 명단이 공개되지는 않았지만 제도개혁이 이뤄진 94년 한해 380여명의 직원중 70여명이 회사를 떠났다. 직원과 회사 모두에게 엄청난 충격이었다.
유휴인력을 줄이기 위해서는 「리소스 풀(Resource Pool)」제도가 도입됐다. 「리소스 풀」이란 전문인력을 특정부서에 배치하지 않고 평소에는 풀에 소속시켜 교육·훈련 등으로 재충전을 하다가 업무가 주어지면 담당 프로젝트에 배치하는 일종의 인재은행제도다.
동양SHL의 경우 94년까지는 외부용역을 담당하는 시스템 사업부(SI)안에 증권지원팀 은행지원팀 등의 하위부서를 나눠 프로그래머가 부족한 은행팀이 증권팀의 쉬고있는 프로그래머를 이용할 수가 없었다. 94년의 경우 평균 50명이 특별히 담당하는 업무없이 월급을 받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지만 「리소스 풀」이 도입된 95년에는 유휴인력이 13명으로 대폭 줄었다.
동양SHL은 또 성과에 따라 임금을 달리 받게 하기 위해 연봉제를 동종업계 최초로 도입했다. 연말에는 1년동안의 업무성과를 평가해 연봉외의 성과급을 지급했다. 성과급은 개별성과에 따라 30∼400%가 차등지급됐는데 직무평가로 과장급인 스페셜리스트로 직무등급이 올라간 한 대리사원의 경우 94년보다 최고 700백만원을 더 지급받기도 했다.
이같은 경영혁신에 힘입어 이전에 24억원의 적자를 낸 동양SHL은 제도를 바꾼 95년말 연말결산에서 특별히 시장상황이 개선되지 않았는데도 5억8,000만원의 흑자를 냈다.
경영개혁을 주도한 경영지원실 김상수(35) 인사팀장은 『이번 제도개혁으로 단기간에 순이익을 30억원이상 개선한 것은 제도개혁으로 노동생산성이 그만큼 늘었기때문』이라면서도 『앞으로도 조직내의 불필요한 부분을 줄여나갈 방침』이라고 말했다.<조철환 기자>조철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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