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 가장 핵심적인 기능은 입법권과 함께 정부를 견제·감독하는 일이며 국정감사와 조사는 정부를 감독하는 으뜸가는 장치로 꼽힌다. 이처럼 중요한 국정감사가 일부 의원들의 노력과 분발에도 불구하고 해마다 「불실감사」 「껍데기 감사」 논란을 빚어오고 있음은 유감스러운 일이다. 특히 오늘부터 20일간 실시하게 되는 올해 국정감사의 경우 벌써부터 여러가지 측면에서 우려를 갖게 한다.한마디로 여야가 내년 대통령 선거를 의식, 자칫 폭로전과 공방속에 「정치감사」가 될 여지가 많기 때문이다. 여야의 대결속에 정치감사가 될 가능성이 큰 배경은 우선 뜨거운 쟁점들이 많으며 어느것 하나 쉽지가 않다.
전세계에서 우리 국회만이 유일하게 갖고 있는 국정감사는 새해 예산심의에 앞서 지난 1년동안 정부의 국정운영상황―예산과 권한·법의 적정집행여부를 감사하고 예산심의에 필요한 관계자료를 수집하는 것이 본래 취지다. 이처럼 훌륭한 제도임에도 의원들의 인기확보를 위한 폭로주의와 과시욕으로 정부에 대한 호통과 소리만 요란한 형식적인 감사로 흘러왔었다. 13대 국회 말부터 일부의원들이 정책감사의 노력을 보여왔지만 구태는 여전한 것이다.
올해 감사역시 형식적으로 흐를 요인은 한두가지가 아니다. 우선 감사대상기관이 무려 3백40개가 된다는 점이다. 본격적인 지방자치제의 실시에 따라 국가 사무의 감사는 지방의회에 대폭 이양해야 함에도 여전히 중복감사를 계획하고 있다. 실제 20일간 감사라 하지만 휴일과 주말, 지방왕복 등을 제외하면 감사기간은 2주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문화체육공보위, 보건복지위, 교육위 등은 하루에 11개기관 감사를 예정하고 있다. 주마간산식의 형식적 감사가 될 것이 뻔하다.
따라서 이번감사를 어느정도 국정감사답게 하기위해서는 여야 모두 지켜야 할 원칙이 있다. 먼저 대선도 당리당략도 접어둔 채, 또 폭로와 인기확보를 외면한 채 선국리민복의 정신으로 대안까지 제시하는 정책감사를 실시해야 한다. 다음 백화점식으로 한번씩 건드려보지 말고 대상기관을 표본으로 추출, 심도있게 중점감사를 펼쳐야 한다. 증인은 관련자는 누구든 부르며, 자료는 정부를 골탕먹이기 위한 무조건 많은 양보다 꼭 필요한 것들만을 요구하고 정부 역시 적극적으로 제출하는 자세가 긴요하다. 또 감사는 증인선서―지루한 현황청취―질문·답변의 판에 박은 통상 위원회 진행방식이 아닌 중점적, 그리고 핵심적으로 문제점을 파헤칠 수 있는 청문회 형식으로 진행해야 한다.
이번 감사가 소리만 요란하고 실이 없는 외화내빈이 될 것인지 아니면 문제점 위주의 정책감사로 국민을 납득케 할 것인지는 여야의원들의 각성과 분발, 그리고 3김씨의 마음비우기에 달려있다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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