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공비가 앗아간 한가위/영동 주민·병사들 명절분위기 “실종”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공비가 앗아간 한가위/영동 주민·병사들 명절분위기 “실종”

입력
1996.09.25 00:00
0 0

◎시내 경계삼엄·귀성행렬 썰렁/외출·특식 끊긴 병영 더욱 쓸쓸【강릉=특별취재반】 추석연휴가 2일 앞으로 다가온 24일 무장공비 수색작전이 1주일째 펼쳐지고 있는 영동지방의 주민들과 병사들에게는 명절 분위기를 찾아볼 수 없었다.

이날 강릉역과 고속버스터미널에는 M16등으로 무장한 군경 4∼5명이 조를 이루어 경계를 서는 가운데 귀성인파는 거의 보이질 않았다. 서울발 고속버스에서는 3∼4명의 승객이 하차했고 대합실에는 속초 동해로 가는 10여명의 시민들만이 앉아 있었다. 본격적인 귀성인파가 몰릴 것으로 예상되는 25∼26일에도 예약률은 10%가 채 못되고 귀경객이 몰릴 28∼29일도 50%미만의 예약률이었다.

시내 중심가 중앙시장에는 경기불황과 시민들의 불안심리를 반영하듯 썰렁한 가운데 주부들만이 건어물, 과일 등의 제수를 장만하고는 총총히 사라졌다.

수색작전이 한창인 칠성산 인근 강동면과 왕산면의 산촌 추석 풍경은 더욱 을씨년스럽다. 예년 같으면 음식장만과 친척을 맞을 준비로 한창 흥이 날 때지만 올해는 영 마음이 내키지 않는 모습들이다. 마을에서 떨어진 독가촌은 짐을 싸서 강릉시내나 인근의 친척집으로 대피하는 집이 하나둘씩 늘어나고 있다. 강릉시 구정면 구정리는 23일 마을주민 안상영씨(56)가 국군의 오인사격으로 숨진 사고로 마을전체가 침울한 분위기에 빠져 매년 열던 마을체육대회를 올해는 취소했다.

예년 같으면 특식과 하사품으로 명절 분위기가 달아오를 병영이지만 수색작전에 투입된 병사들은 특식 한번 먹어보지 못한 채 긴장감 속에 하루하루를 맞고 있다. 추석을 앞두고 허락되던 특박과 외출도 꿈꾸지 못해 병사들의 추석은 더욱 쓸쓸하기만 하다.

산악불사조부대 공모 중사(26)는 『머리위로 총알이 날고 수류탄이 터지는 상황에서 추석 분위기는 생각조차 못한다』며 『하루빨리 남은 공비를 잡아야겠다는 일념 뿐』이라고 말했다. 노도부대 정모 상병(24)은 『추석을 앞두고 부모가 걱정하실까봐 부대에 남아 있다고 거짓말 안부인사를 드렸다』고 말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