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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안편성의 특징과 문제점/내년 예산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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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안편성의 특징과 문제점/내년 예산안

입력
1996.09.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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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력 강화로 돌린 정부살림 축소/경상경비엔 5%만 증액/SOC 투자 GNP 2.3%/물가 등 악영향 우려도내년도 예산안의 특징은 겉모양새만 보면 팽창예산(증가율 13.7%)이지만 내용을 들여다 보면 긴축강화라는데 있다. 경제난국을 극복하기 위해서 경상비 인건비(공무원봉급) 등의 예산증액은 최대한 억제한 반면 경제난국의 근본 원인의 하나가 고물류비라는 점을 감안하여 사회간접자본(SOC) 등 대규모 투자사업에 대한 예산은 대폭 늘렸기 때문이다.

정부가 내년도 씀씀이를 최대한 줄이겠다는 의지는 곳곳에서 엿볼 수 있다. 예산 증가율을 당초 14%대에서 13%대로 낮추었고 특히 일반회계 증가율은 문민정부들어 가장 낮은 12.8%로 떨어뜨렸다. 공무원 정원과 업무추진비는 동결기조를 유지하고 공무원봉급도 올해(9%)에 비해 훨씬 낮은 5.7%로 책정했고 경상경비는 5%밖에 증액하지 않았다. 김영삼 대통령이 강조한 「10% 경쟁력 강화운동」을 정부가 솔선수범하자는 취지에서다. 민간기업들이 경제난극복을 위해 감원 경비절감 등의 조치를 취하고 있는 마당에 정부가 방만한 살림살이를 할 수는 없다. 예산실 당국자는 『비사업부문의 절감예산을 SOC확충과 중소기업 지원 등 국가경쟁력 강화에 집중지원키로 했다』며 『내년에는 과거 어느때보다도 도로 항만 공항 철도 등 토목공사가 많이 벌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내년도 SOC투자규모는 10조1,379억원으로 사상 처음 10조원을 넘어섰고 SOC예산증가율도 24.4%로 전체예산증가율(13.7%)의 2배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이에 따라 SOC 투자비율은 재정규모 대비 14.2%, 국민총생산 대비 2.3%로 각각 사상최고수준을 기록했다. 『SOC확충에 국가예산을 쏟아 붓고 있다』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다.

사회복지예산(16.6%) 중소기업지원예산(18.6%) 환경예산(36.3%) 문화예술 및 체육진흥예산(43.4%) 등도 크게 늘었으나 절대액수가 큰 것은 결코 아니다.

정부가 예산총액을 13.7%나 늘린데는 SOC확충이라는 과제 때문이기는 하지만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내년 예산증가율이 경상성장률 전망치(11.3%)를 크게 상회, 물가상승과 이에 따른 경쟁력 약화 및 국제수지적자 등 우리경제의 「고질병」이 심화할 가능성이 크다. 정부는 내년 물가상승률을 올해(4.5%) 수준이하로 낮추겠다고 장담하고 있지만 대통령선거 국제원자재가상승등 국내외 여건으로 보아 결코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여기에 팽창예산까지 가세할 경우 물가안정기조는 무너져 국민들은 긴축으로 졸라맨 허리를 더욱 졸라맬 수 밖에 없게 될뿐 아니라 우리 경제는 국제경쟁력을 더욱 상실하게 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문가들은 우려하고 있다.

대통령선거를 의식한 부분도 눈에 띈다. 정부는 대구 위천공단 건설과 관련, 하수처리장 설치비로 1,000억원을 배정했다. 이는 당초 재경원안에는 없었으나 당정협의과정에서 생겨났다.

또 최근 안보상황을 고려, 방위비 증가율을 문민정부이후 가장 높은 12%로 잡은 것도 주목할 대상이다. 취약한 대북전력의 보강과 미래 안보환경 변화에 대비해 국방의 현대화를 적극 추진한다는 취지에서 사업비 가운데 방위력개선사업의 비중을 올해 46.8%에서 내년에는 47.1%로 높인 것이다.<이상호 기자>

◎세입구조 특징/교통세 징수 29% 늘려 책정/세수 결손 벌충 휘발유값 12%인상 전망/공기업 주식매각은 전망 불확실 축소

내년도 세입구조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공기업주식매각 수입을 크게 줄인 것과 이같은 세수결손을 메우기 위해 교통세징수를 대폭 늘려잡았다는데 있다. 내년 나라살림살이에 쓰일 일반회계 67조7,800억원은 국세(내국세 교통세 관세)에서 64조2,319억원, 세외수입(공기업주식매각 벌금등)에서 3조5,481억원씩 각각 충당될 예정인데 국세수입은 금년예산안보다 14.6% 늘어난 반면 세외수입은 12.4% 감소했다.

재경원은 우선 세외수입중 공기업 주식매각분을 금년(1조9,800억원)보다 6,300억원이나 적은 1조3,500억원으로 책정했다. 매각대상 공기업주식은 국민은행 2,500억원, 한국통신 5,000억원, 담배인삼공사 4,800억원, 주택은행 1,200억원 등이다. 이처럼 공기업 주식매각규모를 대폭 줄인 것은 예산에 책정해놓고 증시여건때문에 팔지 못해 매년 추경을 편성해야 하는 악순환을 피하기 위함이지만 내년에도 꼭 팔린다는 보장은 없다.

세외수입감소에 따른 세수결손을 재경원은 교통세확대로 벌충키로 했다. 경기가 나빠 일반 내국세나 관세수입을 늘리는데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내국세와 관세 증가율은 각각 12.8% 및 18.3%인 반면 교통세증가율은 무려 28.9%로 책정된 것이 이를 입증한다.

재경원은 교통세확대를 위해 휘발유 탄력세율을 20% 인상키로 했다. 세수도 확대(약 7,500억원)하고 유류소비도 억제하겠다는 「일거양득」을 노린 것이다. 현재 휘발유세율은 특소세+교육세(특소세의 15%)+부가가치세(10%) 등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특소세율(현재 ℓ당 345원)이 20% 오르면 나머지 세금도 연동인상돼 약 87원가량 인상요인이 발생하게 된다. 이에 따라 휘발유가격은 ℓ당 710원에서 797원으로 12.3%가량 오를 전망이다.<이성철 기자>

◎동결·교통비 지급 등 3단계 조정/진통겪은 공무원 봉급 5.7%인상/동결은 「인상후 반납」 형식

예산편성과정에서 가장 진통을 겪은 분야는 공무원봉급 인상률 책정. 최종 공무원처우개선율은 5.7%지만 내용을 들여다보면 직급별로 아주 복잡하게 짜여진 난산의 흔적이 배어있다.

내년도 공무원 봉급조정은 총 3단계로 구성되어 있다. 우선 2급이상 고위직은 동결, 3급이하는 기본급 5% 인상, 이중 6급이하 하위직은 교통보조비를 월 5만원 더 주는 방식을 취했다.

임금동결대상 공무원수는 총 6,100여명. 행정·입법·사법부의 이사관(국장)급이상 공무원외에 교원은 대학장이상, 군인은 대령급이상, 경찰은 치안감이상, 판·검사는 10년이상 된 사람들이 포함된다. 여기에 국영기업 산하연구소같은 정부투자·출연·보조기관 임원들도 봉급이 동결된다.

동결은 「인상후 반납」하는 형식을 취했다. 임금수준 자체를 묶어버릴 경우 기본급 베이스가 영원히 낮아지게 되는데다 하급자가 상급자보다 월급을 많이 받는 등 임금체계가 뒤죽박죽이 되는 결과를 초래하기 때문이다. 문민정부 출범초 고통분담론이 등장했던 93년에도 같은 방식이었다.

재경원은 당초 9%인상을 염두에 두고 예산편성작업에 착수했지만 한승수 경제팀출범이후 「고통분담론」대두속에 분위기는 급반전됐다. 9%안은 7%안으로 후퇴했고 「전면동결론」까지 등장하는 가운데 5%대로 최종 낙착됐다. 일부선 공무원사기진작과 대선 등 요인을 감안, 충분히 올려줘야 한다는 주장도 있었지만 청와대쪽 입장이 워낙 완강했다고 한다.<이성철 기자>

◎인터뷰/예산편성지휘 김정국 재경원 예산실장/“줄인 것 어디 쓰느냐 중요/세입만으로 세출편성한 절약예산”

『경제의 안정기조유지와 국가 경쟁력강화의 기본원칙위에서 한정된 재원을 골고루 배분하는데 주력했습니다』 예산편성작업을 진두지휘한 김정국 재정경제원 예산실장은 내년도 나라살림의 특징을 이같이 설명했다. 다음은 김실장과의 일문일답.

―재정규모를 13.7%나 늘렸다면 정부의 긴축의지가 너무 약한 것 아닌가.

『선진국 긴축은 재정적자를 줄이기 위한 것이지만 우리는 사정이 다르다. 각종 사업수요가 산적한 우리경제로선 재정규모의 무조건적인 감축보다는 줄인 것을 어디에 쓰느냐가 중요하다. 세입만을 가지고 세출을 편성했고 경직성경비를 최대한 억제했으므로 절약예산이라고 할 수 있다』

―상반된 얘기지만 재정의 경기조절기능을 감안하면 경기침체기인 지금 예산을 좀더 팽창적으로 짰어야 했다는 지적도 있는데.

『순환적 경기침체라면 팽창재정도 필요하다. 하지만 지금의 경제난은 단순한 경기순환적인 것이 아니라 고비용―저효율구조에 원인이 있다. 이 구조타개를 위해선 절약이 필요하며 팽창재정은 되레 고비용을 심화시킨다』

―예산편성과정에서 가장 어렵고 아쉬웠던 부분은.

『공무원 인건비였다. 정부가 절약의지를 보이려면 공무원임금인상을 최대한 억제해야 했지만 반대로 처우를 개선해야 할 요인도 많았는데 다행히 공무원사회에서 많은 이해를 해줬다. 또 경상경비동결로 혹시 각 부처의 꼭 필요한 업무추진에 지장이 있지 않을까 걱정되기도 했다』

―대선용 선심예산이라는 지적도 있는데.

『늘 나오는 얘기 아닌가』<이성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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