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톨스토이 유품 한국전 성사 고대”/러시아선 국보급… 일·구소 수교때도 개최 큰 반향96년 문학의 해를 맞아 러시아의 대문호 레프 톨스토이의 유품을 한국 애독자들에게 소개하려는 전시회가 조심스럽게 추진되고 있다. 이 전시회를 막후에서 지원하는 이는 전세계적으로 톨스토이 전문가로 인정받고 있는 러시아 동포 김려호 박사(68)다. 그는 30년간 러시아 과학아카데미 세계문학연구소에서 톨스토이의 사회 종교 도덕적 사상과 철학을 연구해 소수민족 출신으로는 드물게 톨스토이 박물관의 자문위원(부관장급)에 위촉된 학자.
『세계문학사에 큰 획을 그은 톨스토이의 한국 유품전은 한국과 러시아간의 문화교류가 뿌리를 내리는 계기가 된다는 점에서 꼭 개최되기를 바랍니다. 일본의 경우 66년 구소련과 국교를 수립한 뒤 첫 문화교류로 톨스토이 유품전을 유치해 대성공을 거뒀고 일본 문화계에 커다란 반향을 불러 일으켰습니다. 한국문학이 세계무대로 진출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시도가 필요한데 톨스토이 유품전도 하나의 방안이 될 것으로 봅니다』
톨스토이의 유품은 러시아에서는 보물급으로 여겨지고 있다. 그의 육필원고지는 화재가 발생하더라도 절대 훼손되지 않도록 특별 제작한 금고속에 보관돼 있다는 사실은 유명하다.
김박사는 최근에야 어렵게 공개된 각종 자료를 통해 동양철학에 심취했던 톨스토이의 사상적 뿌리를 재조명하는 작업에 열중하는 한편 한국에 소개하는데 일종의 의무감을 느끼고 있다.
그가 톨스토이에 빠져든 것은 30∼40년대 조선의 지식인 사회에 불어닥친 톨스토이 열풍 때문이었다. 『톨스토이의 사상과 철학은 연구를 하면 할수록 더욱 빠져들게 됩니다. 특히 동양사상과의 비교론적 관점에서 톨스토이는 일생을 두고 연구할 만한 값어치가 있습니다』고 말한다.
그는 해방후 구소련 이주 1세대라고 할 수 있다. 함흥에서 태어나 함흥 사범학교를 졸업한 뒤 북한당국이 선발한 유학 제1기생 자격으로 구소련으로 건너왔다. 러시아 남부 로스토프종합대 문학과를 졸업했으며 한때 평양 외국어대학에서 노문학을 강의했다. 한국전쟁후 다시 모스크바로 와 59년 모스크바 국립대학 노문학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그러나 김박사는 평양으로 돌아가지 않았다. 북한은 김박사의 미복귀에 화가 나 모스크바에 체류하지 못하도록 방해했다. 결국 그는 타슈켄트 문학연구소에 몸담게 됐다. 62년 귀화한 뒤 67년 과학아카데미 세계문학연구소 연구원으로 자리를 잡았다.<모스크바=이진희 특파원>모스크바=이진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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