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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숙·배수아 새 소설집 선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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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숙·배수아 새 소설집 선봬

입력
1996.09.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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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전 집을 떠날때」 소외·단절의 빈집이야기/「바람 인형」 버림받은 아이들 모습 그려젊은 소설가 신경숙, 배수아씨가 나란히 새 소설집을 선보였다. 나직이 읊조리듯 풀어가는 아름다운 문체로 30대 초반에 인기작가가 된 신경숙씨는 세번째 소설집 「오래 전 집을 떠날 때」(창작과 비평사)를 펴냈다. 배수아씨는 「푸른사과가 있는 국도」에 이어 두번째 작품집 「바람인형」(문학과 지성사)을 출간했다. 그는 소설의 통념을 깨뜨리는 거친 글쓰기로 때로 독자를 당황하게 만들지만 그럴수록 이야기에 강렬한 개성과 매력이 살아난다.

신씨의 새 소설집에는 비슷한 주제를 담은 8편의 중·단편이 실려 있다. 그가 화두처럼 곱씹어 풀어내는 이야기는 「빈 집」이다. 단편 「빈 집」 첫 머리에 인용한 기형도의 시처럼 고독감과 단절감이 이번 소설집의 정신을 이루고 있다. 소외와 단절의 파장이 가장 강렬한 작품은 단편 「빈 집」.

귀머거리 여인과 사랑에 빠졌던 한 기타리스트는 어느날 여인이 혼자 살던 집안을 차근차근 정리하는 줄 눈치 챈다. 그로부터 며칠 뒤 먼 발치에서 여인이 이사가는 모습을 지켜보게 되고, 빈 집에 들어선 남자는 여인이 남긴 편지를 읽게 된다. 「기타줄 위에서 춤추듯 움직이는 손가락을 보고 있으면 손가락들이 내는 소리가 들린다고 했지만, 사실은 아니었어요. 나는 무슨 대가를 치러도 좋으니 단 한번만이라도 그쪽 손가락이 가는 자리에서 새어나오는 진짜 소리를 듣고 싶다는 욕망이 싹텄어요. 그 소리 속에 사랑하고 욕망하고 후회하며 살아가는 인간생활이 다 담겨 있을 것만 같았어요」 그 욕망이 두통을 일으키고 괴로움을 참지 못하여 여인이 떠난다는 소설의 줄거리는 언뜻 사랑하기 때문에 헤어지는 멜로드라마의 냄새를 풍긴다. 하지만 무르익어 헤프지 않은 감성이 소설을 애달픈 연가로 만들고 있다. 표제작과 단편 「전설」 「벌판 위의 빈집」 역시 남녀의 사랑을 내성의 소리 가득한 어두운 빛깔로 그려내고 있다. 이밖에 「감자 먹는 사람들」과 「모여있는 불빛」은 육친에 대한 애증을 통해 애절한 가족애를 전해준다.

소설집 「바람 인형」에서 배씨는 가난하고 버림받은 아이들이 서 있는 자리를 여러 모습으로 변주해 낸 단편 7편을 선보였다. 「프린세스 안나」에 나오는 가난한 우편집배원의 아들 노아와 안나의 사랑, 그 배경으로 펼쳐지는 이국적인 분위기는 그의 소설이 독특한 감성에 바탕을 두고 있음을 잘 보여준다. 환경오염 전쟁 탈선 등 현대적 색채가 물씬 풍기는 속에서 성장을 멈춘 듯이 어둡게만 살아가는 아이들의 모습은 현대인이면 누구나 얼마쯤 가지고 있는 성장의 상처를 환상적인 모습으로 전해준다.<김범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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