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배경 록·권총·미국식 영어 대사/월말 개봉앞두고 “또다른 재미” 얘기꽃16세기의 비극 「로미오와 줄리엣」을 현대화한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로미오와 줄리엣」이 이달말 개봉을 앞두고 커다란 화제가 되고 있다. 고전적 이미지와 뮤직 비디오 문화를 혼합한 작품으로 로미오는 울긋불긋한 하와이 셔츠를 입고 손에는 칼이 아닌 권총을 쥐고 있다.
줄리엣이 쓰는 말은 셰익스피어의 언어지만 전형적인 아메리칸 잉글리시고 시대는 20세기로 끌어올렸다. 분위기를 만드는 음악도 엘리자베스 여왕 시대의 클래식이 아니라 70년대의 로큰롤이다. 호주 출신의 바즈 루어만 감독(33)은 셰익스피어의 원작에 내재되어 있는 폭력과 낭만주의를 현대로 재현, 관객들에게 접근하고 있다.
로미오의 몬태규가 사람들은 요란스럽고 거친 백인들로 하와이 셔츠를 입고 걸핏하면 권총을 휘두른다. 이에 반해 라틴 억양이 강한 줄리엣의 캐퓰릿가 사람들은 보다 절제된 짙은 색깔의 옷에 근사한 방탄조끼를 걸치고 은장식이 화려한 부츠를 신고 나온다. 남국풍이 물씬 풍기는 멕시코에서 촬영했는데 이는 1,400만 달러(한화 약112억원)라는 풍족치 못한 제작비 때문이기도 하다.
로미오 역은 「길버트 그레이프」에서 정박아로 호연, 데뷔작으로 오스카 조연상 후보에 올랐던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줄리엣 역은 「작은 아씨들」에 발탁됐던 클레어 데인스(16)가 맡았다.
제작 초기부터 영화계의 시선을 끈 이 영화는 셰익스피어의 고전을 미국과 멕시코 사회의 실제 단면과 혼합해 묘사하는 연출기법을 썼다. 총, 갱 스타일 패션, 종교적 상징, 40∼50년대의 대형 승용차, 네온사인 등 미국적 이미지가 하늘을 찌를듯 높이 선 고딕식 성당과 신비스런 석상, 낙후된 해변 등 멕시코의 풍경과 절묘하게 배합되어 있다.
이 영화는 61년 로버트 와이즈 감독의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나 화려하고 아름다운 프랑코 제피렐리 감독의 68년 히트작 「로미오와 줄리엣」과는 또다른 재미와 분위기를 전해줄 것으로 기대된다.<박흥진 미주본사 편집국장>박흥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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