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기반 조성” 경기·강원 의원 개발 입법 추진에/시민환경단체들 “마지막 생태계보고 파괴” 반발세계적인 자연생태보전지역인 남·북한 접경지역 비무장지대를 둘러싼 개발과 보전 논쟁이 뜨겁다. 강원·경기 북부지역의 접경지역 개발을 위한 입법이 추진되자 시민환경단체들은 마지막 남은 생태계 보고마저 파괴한다며 반발하고 있다. 또 민통선 일대등을 대상으로 정부가 마련하고 있는 「개발과 보전의 조화」정책에 대해서도 신중한 추진을 촉구하고 있다.
논란속에 추진되고 있는 법안은 경기·강원 북부지역 국회의원 7명이 6월 발의한 「통일기반 조성을 위한 접경지역개발지원에 관한 법률안」. 이 법안은 20일 현재 국회의원 170여명의 서명을 받아 10월 정기국회에 제출될 예정이다.
군사시설보호법, 자연공원법 등의 규제조치로 개발이 어려웠던 군사분계선 주변에 통일이후 남북기반시설을 조성한다는 것이 이 법안의 취지다. 또 인천 옹진, 경기 파주시·연천·김포군, 강원 철원·양구·인제·화천·고성군 등 접경지역의 토지이용 규제를 완화, 주민들의 재산권행사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에대해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등 시민환경단체들은 자연생태계 훼손우려가 있다며 이 법안에 정면으로 반대하고 있다. 경실련 환경개발센터는 『지방자치제 시행이후 지역개발만을 앞세워 전국토가 환경오염으로 신음하고 있다』면서 『접경지역 일대는 세계적으로 자랑할 만한 천연생태계의 보고이므로 절대 보전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시민단체들은 이 법안 가운데 ▲환경영향평가 협의 권한을 시·도지사에게 위임하고(제9조) ▲보전임지의 전용을 대통령령으로 따로 규정하고(제10조) ▲내국인이 출입할 수 있는 카지노업을 허가한다(제11조)는 등 3가지 특례조항을 독소조항으로 지적했다.
그러나 이 제정안은 9조와 11조를 삭제하고 상정될 것으로 알려졌다. 제정안을 발의하는데 주도적인 역할을 했던 신한국당 이용삼 의원(강원 철원·화천·양구)측은 『환경영향평가 특례조항과 내국인 카지노출입허용조항은 시민단체 등의 반대의견을 고려해 법안에서 삭제될 것』이라며 『그러나 보전임지의 전용은 농산물판매소 설치 등 주민들의 생계와 관련된 사항에만 허용된다는 단서조항을 달아 통과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경실련은 보전임지의 전용에 관한 특례가 허용되면 결국 행정기관의 자의적인 판단에 따라 산림개발이 가능해 환경파괴 우려가 높다고 반대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정부당국도 접경지역 개발에 적극적으로 관심을 나타내고 있다. 환경부는 유네스코 한국위원회(사무총장 차인석)에 의뢰, 개발을 전제로 4월부터 강원 철원평야와 향로봉, 대암산등에 대한 조사를 벌이고 있다. 1년간 계속될 이번 조사는 지역경제 활성화방안과 생태관광코스 개발등에 초점을 맞춰 진행된다. 또 유네스코가 규정한 「생물권보전지역」개념을 도입, 개발과 조화를 이룰 수 있는 생태계 보전모델을 개발한다는 것도 연구목표다.
환경부는 『지역주민의 참여없이는 이 지역에서의 보전정책 추진이 어려운 실정』이라며 『조사를 통해 지역개발과 환경보전을 조화시킬 수 있는 일반적 모델을 개발하겠다』고 밝혔다.
이에대해 환경운동연합(사무총장 최 열)은 『접경지역을 개발해서 얻을 수 있는 이익보다는 손해가 훨씬 크다』며 『비무장지대를 포함한 강원북부 지역의 생태계는 특히 개발과 보전의 조화라는 명분아래 자칫 개발만이 강조돼 생태계파괴를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이상연 기자>이상연>
◎비무장지대 생태계 현황·독일의 경우/천연기념물·멸종위기 희귀 동식물 등 다수 서식/독선 동서 국경지대 「생태학적 복합체」로 만들어
한반도를 가로지르는 휴전선 248㎞를 따라 폭 4㎞의 비무장지대는 원시상태의 동물낙원이다.
개발주장이 일고 있는 민통선까지 합치면 10억여평이나 되는 지역이 민간인의 출입이 통제돼 생태계보고가 됐다.
특히 이 지역은 전쟁의 포화로 풀한포기 없던 죽음의 땅에 자연의 강인한 복원력을 입증한 세계유일한 곳이다. 유엔환경계획 미국의 스미소니언연구소 등은 이 지역을 국제환경공원, 국제자연공원으로 추진하자는 안을 내놓기도 했다.
86년이후 우리측의 비무장지대에 대한 생태계조사 제의는 북한의 거부로 조사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원병오 교수(경희대)팀이 91년부터 3년여간 실시한 비무장지대 및 인접지역 자연생태계조사에 따르면 관속식물 118과 5,089속 220종, 채집된 민물고기류 25과 83종, 포유류 6목 35종등으로 조사됐다. 이 가운데는 천연기념물과 멸종위기에 처한 희귀종이 다수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환경부가 지난해 7월 조사한 결과에서도 천연기념물인 곰 수달 대륙목도리담비 사향노루 등 포유류가 서식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한 철원평야 등 강원도쪽에는 좀처럼 보기힘든 열목어 금강모치 산천어 버들가지가 계곡물에 사는 것으로 조사됐다. 산천어와 열목어는 20도가 넘지 않는 차고 맑은 물속에서만 살 수 있어 그 분포가 날로 줄어들고 있다.
비무장지대내 지역은 또 희귀식물 박물관이다. 특히 금강산과 설악산 사이의 비무장지대에는 남북식생대 연결, 동식물 이동경로 등 생태계연구에 귀중한 단서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인제군 향로봉일대에는 아름드리 피나무 신갈나무 물푸레나무 고로쇠나무등 큰 키나무밑에 까치박달 복장나무 등이 겹겹을 이루고 있다. 또 남방한계의 중요한 가치를 지니는 구슬댕댕이나무 기생꽃 비로용담 닻꽃 금강초롱 등 희귀종이 지천으로 깔려 있다.
철원의 천불산 북쪽 비무장지대는 경작지가 자연습지로 바뀌어 철새들의 낙원이다. 원앙 검은물떼새 저어새 노랑부리백로 흰날개새오라기등 세계적으로 보호가 필요한 조류도 상당수 서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독일환경부의 미카엘 발터씨에 따르면 독일은 30년동안 동서독을 가로지른 1,477㎞의 국경지대를 「생태학적 복합체」로 만들어 동식물의 이동경로와 유전자확산을 돕고 있다.
서독은 통일전부터 동독쪽의 훼손되지 않은 접경지역을 국립공원계획에 포함시켜 통독협정에서 이지역들을 보호구역으로 지정한 바 있다.<정덕상 기자>정덕상>
◎전문가 진단/유병일 임업연구원 정보실장/“비무장지대·접경지역 개발땐 제한 범위내 자연친화적으로”
휴전후 40년의 세월이 흐르는 동안 비무장지대는 국내외적으로 민족분단의 현장이자 통일의 전초기지로, 자연환경의 보고등으로 각 분야에서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 비무장지대는 한반도의 중심부에 위치하고 있어 생태학적으로 남과 북을 연계시켜 주는 연결고리이자 완충지대다.
최근 통일가능성이 제고됨에 따라 비무장지대의 개발과 보전을 어떻게 조화롭게 이뤄내느냐는 문제가 대두되고 있다. 또 일부에서는 민통선지역을 개발해 지역주민의 재산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비무장지대는 분단이 가져다준 최고의 선물로 개발에 앞서 어떻게 후손들에게 물려줄 것인가에 대해서 심각하게 고려해야 한다.
선진국의 지구환경보전정책과 후진국의 경제발전을 이유로한 개발갈등이 심화하고 있는 가운데 국내에서도 지역간 개발이익에 대한 논란이 자주 발생하고 있다. 이는 개발주체가 지역 주민, 더 나아가서는 국민과의 의견수렴 과정이 적었거나 전혀 없었기 때문에 나타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세계적인 생태계보고인 비무장지대 및 접경지역의 개발과 보전문제는 국내문제가 아니라 지구차원의 현안이다. 따라서 이들 지역의 개발은 통일후를 예측하고 장기적인 측면에서 제한된 범위내에서만 자연친화적으로 이뤄지는 것이 바람직하다. 한반도전체를 조화시킬 수 있는 최선의 대책을 수립하려는 우리 모두의 노력이 필요하다. 그리고 이러한 과정이야말로 지속 가능한 국가발전을 위한 초석이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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