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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야 움직이는 물체 “공비다”/무장공비 침투­2명 추가사살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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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야 움직이는 물체 “공비다”/무장공비 침투­2명 추가사살 현장

입력
1996.09.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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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간투시경 포착 수류탄 투척­집중사격/“그쪽 도주” 숨가쁜 무전연락 입체그물망/5시간 간격 2차례 치열한 교전 “상황끝”무장공비 잔당 소탕작전 5일째인 22일 군·경 합동수색대는 칠성산(9백54m) 계곡에서 아군 2명이 전사하는 치열한 교전끝에 공비 2명을 사살했다.

수색대는 나머지 잔당 5명을 소탕하기 위해 칠성산 일대에 포위망을 좁혀가며 대대적인 막바지 수색작업을 벌였다.

22일 자정께. 특전사 3공수여단 병력은 21일 아침 동료 이병희 중사(26)가 공비 2명과 교전끝에 전사한 칠성산 7부능선을 중심으로 포위망을 좁혀가고 있었다. 공비들이 15시간에 걸친 아군의 물샐틈없는 포위망을 빠져나가지 못했을 것이라고 판단한 아군은 야간임에도 불구하고 조심스런 수색을 계속해나갔다.

5부능선쯤에는 육군 3군단 예하의 노도부대와 화랑부대가 매복을 하며 토끼몰이식 작전을 폈다.

순간 전방을 주시하던 특전사 병력의 야간투시경에 움직이는 물체가 감지됐다.

공비로 판단한 아군은 일제히 흔들리는 수풀속으로 수류탄을 던지며 집중사격을 퍼부었다.

『공비들이 그쪽으로 도주했다』 특전사 병력은 즉시 공비들이 달아난 쪽에서 매복중이던 노도부대에 숨가쁜 무전연락을 취했다.

시간은 새벽 1시25분. 심야였지만 대낮을 방불케하는 긴박한 수색작전이 펼쳐졌다.

연락을 받은 노도부대 중대장은 대원들에게 『공비가 이쪽으로 내려온다』고 외쳤고 송관종 일병(21) 등 아군은 그물망을 치고 공비들이 나타나기를 기다렸다.

5분쯤 후 얼룩무늬 군복과 밤색바지에 흰색 러닝셔츠 차림의 공비 2명이 수풀을 헤치며 다가오는 모습이 보였고 거의 동시에 아군 소총이 일제히 불을 뿜었다.

당황한 공비들은 즉시 바닥에 엎드려 소총을 난사하기 시작했다. 50여m를 사이에 둔 교전은 10분이상 계속됐다. 순간 앞서있던 송일병이 갑자기 피를 흘리며 쓰러졌다. 잠시후 공비들의 대응사격이 주춤해지면서 공비 1명이 달아나는 모습이 스쳐갔다. 얼룩무늬 군복차림의 공비 1명이 숨진채 발견된 것도 그때였다.

1차교전이 끝난지 채 5시간이 못돼 다시 총소리가 칠성산 서쪽 계곡에 울려퍼졌다. 상오 6시15분께. 아군을 피해 5백여m 달아난 공비 1명이 화랑부대 병력이 지키던 매복지점에 나타난 것.

공비가 도주했다는 연락을 받고 긴장하던 화랑부대 강정영 상병(21)과 동료들은 매복을 풀고 수색에 나섰다. 포위망을 좁히며 계곡을 타고 1백여m 올라가던 순간 날카로운 총성이 연달아 골짜기를 울렸다. 쫓기던 공비 1명이 산아래쪽으로 내려오다 아군을 발견하고 AK소총으로 난사한 총탄소리였다. 앞서가던 강상병이 갑자기 피를 흘리며 쓰러졌고 『공비다』는 외침과 함께 아군이 몸을 엎드린채 집중사격을 시작했다. 교전이 벌어진 지 15분쯤 뒤 수풀속 나무그루터기 뒤에는 온몸에 총탄이 박힌 함장 정용구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군은 2차례 교전후 다시 칠성산 서쪽 왕산면 목계리 방터골 부근에서 공비 1명을 추가로 발견, 특전사 병력을 대거 투입해 뒤를 바짝 쫓고 있다. 수색대는 칠성산 일대에 2m 간격으로 병력을 배치하고 박격포 등 각종 장비로 중무장한채 포위망을 좁혀가며 저인망식 수색을 벌였다.

군은 특히 공비 잔당들의 도주로를 예상한 뒤 여기에 특전사 등 정예부대를 헬기로 투입, 예상도주로를 역으로 추적하는 변칙수색을 펴고 있다.<강릉=특별취재반>

◎잔당 소탕 왜 늦어지나/특수훈련­동물적 생존능력/산세 험하고 울창한 숲 장애/민가 침입 식량조달해 버텨

무장공비 잔당 5명이 아직 아군 포위망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을 가능성이 큰데도 소탕작전이 쉽사리 끝나지 않고 있다. 군당국은 22일 공비 2명을 사살한 칠성산 일대를 중심으로 막바지 수색작업을 벌였으나 별다른 소득을 얻지 못했다.

이처럼 군이 잔당 섬멸을 자신하면서도 작전을 조기 종결하지 못하는 이유는 뭘까.

군당국은 우선 이들이 지금까지 잡힌 일당과 달리 고도의 특수훈련을 받은 공작원이라는 점을 들고 있다. 생포된 이광수도 도주 공비중에 이름을 알 수 없는 2명의 특수공작원이 포함돼 있다고 진술,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이들이 도주·은신한 것으로 추정되는 칠성산 산세가 험하고 수풀이 우거진 점도 수색작전을 어렵게 하는 요인. 칠성산은 태백산맥 준령으로 1m 앞도 분별하기 어려울 정도로 숲이 울창하다. 더욱이 지금은 가장 수풀이 우거진 때이다.

공비들이 당초 예상보다 식량공급에 별 어려움이 없는 것도 소탕작전의 장기화 가능성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22일 사살된 공비들의 소지품에서는 구운 옥수수 19개와 국산 담배 「디스」가 발견됐다. 5일째 도주생활에도 불구하고 당초 군당국의 예상과 달리 비교적 넉넉한 비상식량을 확보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같은 점으로 미뤄볼때 앞으로 1∼2일안에 공비 잔당을 소탕하지 못할 경우 수색작전이 장기화할 것이라는게 일반적인 전망이다.<김상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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