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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첩 남파 아닌 준군사적 도발”/전문가 4인 긴급진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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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첩 남파 아닌 준군사적 도발”/전문가 4인 긴급진단

입력
1996.09.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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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좌까지 승선 장기작전 일환 분석/북,대미협정 유도 충격요법 가능성▲권민웅 북한문제조사연구소장(53)=이번 사건은 단순한 간첩이나 남파공작원 침투차원을 넘은 준군사적 도발행위로 간주해야 한다. 대량 인원이 잠수함에 승선해 우리 영역에 상륙했다는 자체가 군사적 행동이다. 북한이 우리를 어떻게 보고 있느냐, 평화공존보다는 타도의 대상으로 보고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인식해야 한다.

더욱이 침투부대들은 동료들을 집단 사살 했다. 이런 일은 김정일의 지시나 묵인 없이, 그의 통치노선에 부합하지 않고서는 일어 날 수 없다. 실무진들 사이에서 충성경쟁을 하다가 손발이 안맞는 경우는 있겠지만 정책갈등은 있을 수 없다. 문제는 도주자들이 특수훈련을 받은 전문가들이라 색출이 쉽지 않을 것이란 점이다.

▲유재갑 경기대 법정대 교수(54)=생포공비의 진술이 오락가락하고 있어 사건의 의미를 해석하기가 대단히 어렵다. 상황은 크게 계획적 침투, 정찰 임무 중 사고로 인한 탈출, 사고에 따른 내부 갈등으로 인한 혼란 등을 상정할 수 있다. 그러나 이례적으로 대좌가 함장이었다는 점으로 봐서는 이번 작전이 1회용이 아닌 장기적 차원에서 진행됐을 것으로 분석된다.

무기를 놓고 도주하거나 동료들간에 집단 사살이 벌어지는 등의 의문점이 많은데 이는 침투원들이 잠수함 좌초 등의 예기치 않은 상황을 맞아 당황했기 때문인 것 같다. 북한체제는 기본적으로 이상상황에 적응하는 순발력이 떨어지고 비상식적 행동이 나온다. 그래서 더욱 해석이 어렵다.

중요한 것은 북한의 정보획득력은 우리처럼 첨단기계체제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니고 재래적 대인관계에 의지하고 있다는 점이다.북한은 이처럼 특수부대 활동을 계속할 가능성이 크다.

우리는 큰 남북관계의 틀에서 단호하면서도 유연하게 대처할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북한의 대남혁명 전략은 이제껏 바뀐 적이 없기 때문이다.

▲서재진 민족통일원 연구위원(42)=이번 사건은 지난 4월 북한의 판문점 무력시위보다 사안의 중요성이 더 크지만 맥락은 비슷한 것으로 보고 있다. 북한에는 미국과의 잠정협정 체결이 급선무이다. 따라서 이번 사건을 통해 대미 관계에 어떤 충격을 가하고 싶어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번 사건이 발각되지 않았을 경우를 가정할 수도 있기 때문에 무엇보다 침투목적이 빨리 규명돼야 한다.

어찌 됐든 이 사건이 앞으로 큰 남북관계의 틀에까지 악영향을 미쳐서는 안되리라고 본다. 왜냐하면 남북관계가 항상 그래왔지만 북한은 우리가 제안하는 당국대화에 나올 의도가 없고 우리의 강경·유화책에 대해서도 별 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우리는 이번 사건을 한미일 공조체제를 강화하는 계기로 삼고 미일에 우리에 앞선 대북관계 개선의 위험성을 다시 한번 인식시켜야 한다.

▲곽태환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장(58)=무장공비 침투가 우발적 사고든 계획적 도발이든 우리군의 경계능력에 허점을 보여준 것이기 때문에 안보뿐 아니라 남북관계에도 상당한 악영향을 줬다고 할 수 있다. 북한의 대남전략이 사전에 차단되는 것과 우리 영역에서 사건으로 확대되는 것과는 천양지차다. 해이해진 안보의식과 군인정신이 제자리를 찾아야 한다. 이사건으로 남북관계는 소강상태에 빠질 것으로 보이며 우리정부도 당연히 냉각기를 두려 할 것이다. 한미 양국이 4자회담을 제안하고 김영삼 대통령이 8·15경축사를 통해 북한의 안정을 바란다고 확약했는데도 불구하고 북한이 이처럼 자극적 행동을 취한것은 국민정서에 어긋난다. 그렇다고 우리가 과잉반응할 필요는 없고 장기적 남북관계에서 현명하게 대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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