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추궁땐 “알아보겠다” 회피성 답변만/민감사안엔 자료제출 기피·고의지연도94년 9월12일 서울시에 대한 건설위 국정감사에서 이원종 당시 서울시장은 성수대교의 안전문제를 추궁하는 최재승·제정구 의원 등의 질문에 대해 『미관상 손상된 부분은 있으나 교량안전에는 문제가 없다』고 잘라말했다. 이로부터 불과 12일뒤 성수대교는 무너졌고 서울시측의 이날 답변은 대표적인 「부실답변」사례로 두고두고 「회자」되고 있다.
의원들은 국정감사가 수박겉핥기식으로 내실없이 이뤄지고 있다고 일방적으로 매도당하는데 대해 불만이 많다. 행정부측의 무성의한 답변, 알맹이 없는 답변자세, 업무 미파악 등으로 인한 동문서답식의 수감태도가 「부실감사」의 원인을 제공하고 있다는 게 의원들의 일반적인 지적이다. 임채정 의원(국민회의)은 『이제 국정감사때 공부를 하지 않는 국회의원이 있느냐』고 반문하면서 『국감제도 부활후 8년동안 변한게 없는 것은 정부측 수감태도』라고 말했다.
성수대교 사례의 경우 그나마 명확하게 입장을 밝힌 편이다. 국감기간중 의원들은 피감기관으로부터 하루에 수십번씩 『앞으로 알아보겠다』 『검토하겠다』는 등 회피성 답변을 듣기 일쑤다. 의원들은 수감기관의 장이 『좋은 의견이니 검토하겠다』는 정도로만 답변해도 자신들의 질의가 성공한 것으로 보고있다.
지난해 국세청에 대한 재경위 감사에서 의원들은 세무행정소송에서 국가패소율이 40%를 상회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의원들은 패소에 따른 세금환불총액을 밝히라고 추궁했지만 국세청은 끝내 이를 공개하지 않고 슬그머니 넘어갔다. 행정부처들은 가능한 한 민감한 자료를 건네주지 않으려고 온갖 수단을 동원한다. 의원들의 요구자료는 대부분 감사일 2∼3일전에, 심지어 바로전날 전달되기도 한다. 분량이 많은 탓도 있지만 의원들에게 검토할 시간을 주지 않으려고 지연시키는 경우도 없지 않다는게 의원들의 주장이다.
홍사덕 의원(무소속)은 『14대국회때 환경부가 왕석천의 오염원인을 공개하지 않다가 결국 시인했지만 「잘못됐다」는 한마디만 하고 넘어갔다』며 『「우선숨기고 보자」는 정부측 태도를 이제 의원들조차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는 경향』이라고 개탄했다. 국감은 피감기관장의 선서로 시작되고 「국회에서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위증시에는 1년이상의 징역처벌규정까지 있지만 해당상임위의 고발의결까지 이뤄지는 경우는 거의 없다.
강용식 의원(신한국)은 『국감에서는 사안에 따라 일문일답식 질의방식을 적극 활용, 수감기관측의 답변회피를 원천봉쇄하는 감사방식이 바람직하다』 고 지적했다. 박종흡 전 국회 입법차장도 『이같은 수감태도는 우선 피감기관수를 줄이고 사후검증제도를 확립할 경우 상당부분 개선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정감사가 바람직한 방향으로 정착되려면 정부측 수감태도 개선과 함께 의원개개인이 사전에 충분히 준비하고 연구하는 방법밖에 없다는 것이 의회관계자들의 진단이다.<유승우 기자>유승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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