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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입력
1996.09.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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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의 고궁박물관은 소장품의 수와 가치만으로도 동양 제일을 자랑한다. 49년 장개석군대가 대륙에서 쫓겨올 때 몇십척의 목선에 「가장 중요한 재산」으로 옮겨온 것이 이 유물들이다. 전시품은 일정기간이 지나면 다른 것으로 바뀌어지는데 모두를 감상하려면 60년이나 걸린다니 규모를 짐작할 만하다. ◆이곳을 관람하다 보면 발걸음을 멈춘채 찬탄하게 되는 것이 여럿 있다. 그 대표적인 것으로 감람핵주를 꼽는다. 청나라때 진조장이란 조각가가 길이 3.4㎝, 높이 1.6㎝의 올리브 열매를 배모양으로 조각한 것으로 앙증맞기 이를 데 없다. ◆속엔 8명의 시선들이 앉아 있고, 한 사공이 노를 젓고 있는가 하면 양쪽엔 여덟개의 문이 여닫게 되어 있고 그것도 부족해 배밑 바닥에 소동파의 적벽가 3백57자를 새겨놓았다. 후세들은 이 작품 하나만으로도 끈기, 노력, 여유를 보여주고 있다며 교육적 가치를 강조한다. 작은 것에 많은 것을 조각한 것은 상아의 산수화, 필통의 죽림칠현도 등 수없이 많다. ◆제주중문단지에서 지난 14일부터 문을 연 탐라박물관이 하나의 작품으로 화제가 되고 있다. 서예가 김대환씨(63)가 30여년의 각고끝에 완성한 쌀 1톨에 새긴 반야심경 2백83자 때문이다. 90년에 완성, 영국 기네스북에도 기록된 이 작품은 그동안 전시나 자랑을 꺼려 온 김씨가 뜻한바 있어 이곳에 내놓게 되었다 한다. 벼 한포기 나지 않는 땅(제주도)이자, 공해가 없는 곳에 내놓은 것도 이유지만 쌀의 중요성을 일깨우려는 데 더 큰 목적이 있다는 것이다. ◆개발로 경지면적이 계속 줄고 있고 이농으로 농촌노동력, 농가인구가 줄고 있는데다 음식물 마구 버리기, 걸핏하면 「수입에 의존」 등 「우리쌀」의 존재가 점점 위축되고 있는 요즈음, 김씨의 작은 작품에 담긴 뜻은 정말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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