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종 32년에 “11월17일을 1896년 1월1일로” 칙령올해는 우리나라가 공식적으로 태양력을 사용한 지 100년이 되는 해이다. 고종황제가 「조선개국 504년(고종 32년) 11월 17일을 505년(1896) 1월1일로 하라」는 조칙을 내려 2,000년 가까이 사용한 태음력을 폐지하고 서양식 태양력을 공식역법으로 채택한 지 1세기가 지난 것이다.
천문대는 태양력시행 100주년을 맞아 20일 대덕 호텔 롯데에서 「한국 천문력과 고천문학 워크숍」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한국외국어대 박성래 교수(과학사)는 『조선왕조는 19세기말 서양국가와 잇따라 접촉하기 시작하면서 태양력의 필요성을 느낀 것같다』며 『지도층 인사들이 일본을 개화의 모델로 삼으면서 우리보다 23년 빨리 태양력을 시행한 일본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이 현재 사용하는 태양력은 1582년 교황 그레고리 13세가 발표한 「그레고리력」에 바탕을 두고 있다. 태양력은 1700년께 독일과 네덜란드 등으로 확산됐으며 18세기초 대부분의 유럽 국가들이 태양력을 사용했다. 아시아에서는 1873년 일본이 가장 먼저 도입했고 태국이 1889년, 중국은 한국보다 늦은 1912년 채택했다.
태양력은 태양이 춘분점에서 출발해 다시 춘분점으로 돌아오는 데 걸리는 기간을 1년(365.2564일)으로 정했다. 절기변화에 영향을 미치는 태양의 움직임을 토대로 했기 때문에 계절의 변화를 정확하게 반영한다. 이에 반해 태음력은 달이 보름달에서 다음 보름달이 될 때까지 걸리는 기간인 「1삭망월」(29.5306일)을 기준으로 했기 때문에 1년은 354일로 되어 태양력보다 11일이 짧아진다. 따라서 3년이면 한달, 9년이면 한계절이 실제와 어긋난다.
이에 따라 우리 조상들은 태음력에 윤달을 넣어 날짜가 부족해지는 것을 막고 계절변화를 정확히 반영하기 위해 24절기를 도입한 「태음태양력」을 사용해 왔다.
천문대의 박석재 박사는 『우리 민족은 BC49년에 혜성관측 기록을 남기는 등 천문학에 높은 관심을 보여 왔다』며 『이러한 전통을 계승하기 위해 역서 등 각종 천문학 관련 고자료를 체계적으로 정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홍덕기 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