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밤 동숭동 대학로의 한 지하 2층 소극장에서는 이 곳에서 공연중인 극단의 후원회행사가 열렸다. 150명까지 앉을 수 있는 객석에 모인 사람들은 20명이 채 되지 않았다. 그나마 단원들을 빼면 순수후원회원은 10명 미만이었다.2년임기를 마친 전임회장과 신임회장의 인사, 극단대표의 인사로 행사는 10여분만에 끝났다. 낮은 무대와 객석의 중간쯤에 서서 전임회장은 94년에 발족된 후원회가 명맥만 겨우 유지하는 것에 대한 미안감과 빈 자리에 대한 안타까움을 표명했고, 신임회장도 그 쯤에 서서 후원회 활성화방안을 나름대로 밝혔다. 이어 단원들과 후원회원들은 인근 술집에서 술을 마시며 요즘의 연극상황을 이야기했다. 연극을 몰라주는 일반인들에 대한 야속함, 무장공비 때문에 하룻새 관객이 부쩍 줄어들 만큼 민감한 사회상황이 주요 화제였다.
이상은 79년 창립된 극단 「우리극장」의 이야기다. 「스스로 창조하고 스스로 표현하자」며 창립된 극단은 지금 공연중인 랩뮤지컬 「아버지를 바꿉시다」까지 27번 막을 올리는 동안 여러 차례 해체위기를 극복해야 했다. 연극 한 편을 공연할 때 후원회의 도움은 전체비용의 3분의 1이 되지 않는 수준이었다. 극단의 이름에는 모든 이들로부터 사랑받는 단체가 되고 싶다는 소망이 담겨 있지만 아직 「우리」는 미약하다.
우리나라에서 후원회가 결성돼 있는 연극단체는 다섯 손가락으로 꼽을 수 있을 정도이며 후원활동도 그리 활발하지 못하다. 연극은 막이 내리면 그만인 복제불능의 1회성 예술이다. 그런데도 연극인들은 무대를 떠나지 않는다. 가난하지만 예술에 대해서는 가멸진 그들의 꿈을 현실화해주는 것이 후원자들의 몫이다. 극단의 몫은 무엇때문에 극단을 도와야 하는지, 후원을 통해 각 개인이 얻을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려주는 일이다. 예술단체는 당연히 후원하고 육성해야 하겠지만 후원이란 시간과 돈, 몸을 바쳐야 하는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우리극장」의 모임은 예술단체와 예술을 애호하는 시민들이 어떻게 바람직한 관계를 정립해 나갈 것인가를 생각하게 만드는 행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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