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간첩작전은 신속 정확하고 일사불란함이 그 생명이다. 강릉해안으로 침투한 무장공비 소탕작전은 이런 점에서 아쉬움이 많다. 침투를 해안선에서 막지 못한 아픔도 크지만 뒤처리 및 작전 등이 매끄럽지 못한 아픔은 더욱 크다. 군 당국은 지금부터라도 보다 냉철하고 솔직하게 사태에 대처해야 한다.이번 사건은 발견 신고에서부터 생포자의 수사과정, 소탕작전 결과 발표 등에 이르기까지 어설프고 사실을 은폐하는 느낌마저 든다. 신고만 해도 택시운전사와 사병의 발견시간이 엇갈리고 있다. 국민들은 택시운전사의 신고를 믿어야 할지 군을 믿어야 할지 갈피를 잡을 수 없다.
생포자의 처리와 수사과정을 보면 더욱 답답하다. 잡범도 아닌 무장공비를 잡자마자 얼굴을 노출시키고 이름을 밝혀야 했는지 이해가 안 간다. 이것은 소탕작전은 물론 북한에 있는 생포자의 가족보호에 조금도 도움이 되지 않는 일이었다.
이같은 군의 짜임새 부족을 상징적으로 말해 주는 것이 계속되는 불확실한 발표다. 사살된 공비가 생포로, 자살로 보이는 공비가 사살로 발표되기도 하는 등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소탕작전에 임하는 장병들의 노고는 이해하나 만의 하나 생포할 수 있는 길이 없었겠나 하는 아쉬움도 일고 있다. 상황이 급박하다고 하지만 이럴수록 합참 등 작전을 총괄하는 부서는 허둥대거나 동요함이 없이 발표나 브리핑을 정확하게 해야 한다.
60∼70년대 「대간첩대책본부」가 간첩작전을 총괄하던 시절엔 국민들은 이곳의 발표를 믿고 따랐다. 발표 등이 빠르고 정확한 편이라 신뢰감을 주었기 때문이다. 작전 브리핑도 감추기 보다는 「솔직하고 상세」했다. 이번엔 합참 등의 발표보다는 여타 보고채널에서 흘러나오는 정보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무장공비 침투사건에 대해 세계 각국은 북한의 적화야욕이 변하지 않은 사실과 함께 우리의 방위태세가 허술한데 놀라고 있다. 국민들이 받은 충격도 똑같다. 해안선이 밋밋한 동해안의 경비가 이렇다면 섬이 많고 해안선이 복잡한 남·서해안은 어떨지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이번에 해안 방어선이 뚫린 아픔은 방어태세를 완비하는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소탕작전을 빈틈없이 전개, 깔끔히 마무리하고 그 결과를 있는 그대로 국민들에게 알리는 일이 선결되어야 한다. 공을 다투거나 사건을 감추어서는 안된다.
이번 무장공비 토벌작전도 국민들의 협조가 없었으면 이처럼 빨리 진행되지 않았을 것이다. 이것은 국민들의 협조와 믿음이 군작전에 얼마나 중요한가를 말해 준다. 이같은 국민들의 신뢰는 군이 흔들리지 않고 그 임무를 충실히 수행하면 자연히 뒤따르고 그러면 무장공비도 발을 못 붙이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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