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6세 불구 기소 13년만에 재판 회부/비시정권하 유대인 독 인도/전후에도 장관 역임 등 무사/81년 혐의서류 드러나 은퇴2차대전때 나치에 협력한 프랑스의 「마지막 전범」 모리스 파퐁(86)이 전후 50여년만에 법의 심판대에 오르게 됐다. 프랑스 보르도 항소법원은 18일 파퐁을 2차대전 당시 유대인 추방과 관련된 반인류범죄 혐의로 재판에 회부키로 했다. 83년 검찰에 의해 기소된 지 13년만에 이뤄진 결정이다.
전후 파리경찰청장과 하원의원, 예산장관을 지내는 등 승승장구하던 그에게 정의의 화살이 날아온 것은 81년. 전시 나치 괴뢰정권인 비시정부하에서 보르도지역 경찰책임자를 지내면서 유대인들을 대거 아우슈비츠수용소 등에 보내는데 주도적인 역할을 한 사실을 입증하는 서류들이 신문에 공개된 것이다.
결국 모든 공직을 사임하고 파리 근교에 은거한 그는 「잊혀진 사람」이 되기를 고대했으나 그렇게 될 수 없었다. 검찰은 83년 유대인 희생자 가족과 단체들의 고발에 따라 그를 정식 기소했다.
비시정부에서 일한 떳떳지 못한 전력을 갖고 있는 고 프랑수아 미테랑 대통령 집권시 질척거리던 그에 대한 사법처리 절차가 지난해 자크 시라크정권이 들어서면서부터 빨라지기 시작했다. 시라크 대통령이 역대 프랑스대통령중 최초로 전시 프랑스 정부가 나치에 유대인들을 인도했다는 사실을 공식 인정하고 사죄를 구하면서 파퐁에 대한 단죄 분위기가 조성된 것이다.
보르도 항소법원은 이번 결정에서 파퐁이 42∼44년 1,690명의 유대인을 아우슈비츠수용소 등으로 보내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한 점을 지적, 그를 살인 및 살인기도, 자의적인 감금과 체포 등의 혐의로 중죄재판소에 회부한다고 밝혔다.
파퐁은 『나는 상부의 지시에 따라 움직인 힘없는 관객의 처지였다』고 혐의를 부인하고 있으나 역사의 단죄는 그의 무덤까지 찾아갈 것 같다.<파리=송태권 특파원>파리=송태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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