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상지역 즉흥결정에 사전준비도 허술/그나마 구경꾼 수준 20여분 둘러보곤 “끝”여야의원들은 올 국정감사때도 10여차례나 현지시찰에 나선다. 현장을 직접 방문함으로써 국정에 대한 체감지수를 확인한다는 취지다. 실제로 많은 의원들은 『현장조사에 개선할 점이 많지만 현장을 직접조사한다는 데 의의가 있다』고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명분에도 불구하고 현장시찰의 실상을 들여다보면 문제점이 곳곳에 산적해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 무엇보다 현장시찰자체가 수박겉핥기식으로 이뤄지는 현실을 꼽지 않을 수 없다. 여야의원들은 본감사 준비에는 며칠씩 밤샘하다시피하면서도 막상 현장시찰에는 견학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장조사 대상지역선정도 『바람이나 쐬러가지』라는 느슨한 분위기속에서 즉흥적으로 결정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현장시찰에 소요되는 시간도 길어야 20분안팎이다. 현지에 도착하기 위해 서너시간을 허비하는데 비하면 시찰 및 조사활동시간이 너무 짧은 편이다. 실제로 국회 문공위가 지난해 10월초 독립기념관의 부실시공여부를 파악하기 위해 현장시찰에 할애한 시간은 고작 10분이었다. 말그대로 현장조사의 흉내만 낸 셈이었다. 여야의원들은 서로 방송카메라앞에서 앞다투어 언론보도를 의식한 사진찍기에만 신경전을 벌이다가 하오에는 청주의 고인쇄박물관 등 주변으로 「유람」을 다녔다.
그 다음날 있었던 재경위의 한국은행 부산지점 화폐유출사고현장시찰도 이와 유사한 상태에서 이뤄졌다. 여야의원들은 시찰전까지만해도 『중앙은행에서 돈이 유출될 수가 있느냐』며 으름장을 놓았으나 막상 현장에 가서는 「꿀먹은 벙어리」로 있다가 30여분만에 서둘러 현장을 떠났다.
이와 관련, 제정구 의원(민주당)은 『주요 사건의 진행과정등을 이해하는데 현장시찰이 도움되는 측면도 없지 않다』면서 『하지만 말이 현장시찰이지 이면을 보면 언론과 피감기관을 향한 「바람잡기」에 불과한 경우도 비일비재하다』고 꼬집었다. 그는 『의원개개인은 물론 상임위차원에서도 시찰에 앞서 관련자료를 찾아보는 등 사전준비를 하는 자세가 아쉽다』고 지적했다.
현장시찰이 형식적이란 비판이 많은 탓인지 15대 첫 국감의 현장시찰 일정은 지난해의 3분의 1수준으로 줄어들었다. 14대국회때만해도 92년 10건, 93년 20건, 94·95년 각각 30건으로 매년 늘어나는 추세였다. 여야의원들도 『초선의원이 대거 진출하는 등 상황이 많이 달라진만큼 현장시찰도 새로운 모습을 보일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다짐들이 얼마나 현실로 나타날 지는 의문이다.
일례로 지난 7월26일 시화호 오염실태조사에 나섰던 환경노동위 소속의원들의 현장시찰은 종전과 달라진게 없음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여야의원들은 이날 시화호에 도착, 구경꾼처럼 현장을 둘러보다 수자원공사측의 점심접대만 받고 하오에 예정됐던 하수처리장시설 방문 등의 주요일정도 모두 취소한채 서둘러 상경했다.<이동국 기자>이동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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