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으로 해괴한 일이 발생했다. 신한국당의 이명박 의원이 15대 총선서 법정비용 한도를 훨씬 초과한 막대한 자금을 불법으로 사용했다고 폭로했던 전비서 김유찬씨가 2차폭로에 앞서 가족과 함께 몰래 홍콩으로 출국한 것이다. 극비리에 출국한 것도 그렇지만 이의원과 언론사에 폭로내용이 사실과 다르다고 번복하는 편지를 보내 국민을 아연케 한 것이다. 국민이 깊은 의혹을 갖게되는 것은 당연하다.지난 10일 있었던 김씨의 폭로내용은 엄청난 것이었다. 이의원이 선관위에 신고한 선거비용 외에 기획팀 운영비, 그리고 전화홍보와 자필서신팀 등 자원봉사자들에게 일당지급 등을 포함, 6억8천2백만원을 썼다고 밝힌 것이다. 과거 비서관과 선거때 유세팀장 등을 지낸 그는 특히 초과 지출한 3천8백만원 상당의 영수증까지 제시하여 파문을 일으켰다.
한마디로 그의 폭로·번복·사과편지·잠적은 의혹투성이인데다 아리송하기 짝이 없다. 「발표내용 중 상당부분이 실행되지 않았다」 「잘못된 점이 많다」고 했는데 정말 모르고 폭로한 것인지, 영수증은 어떻게 된 것인지 궁금하다. 다음 더 결정적인 것을 폭로하겠다고 했다가 갑자기 부인과 네살짜리 딸까지 데리고 출국한 이유가 석연치 않다. 또 사과편지의 경우 일산을 발신지로 했으면서 중앙우체국의 소인이 찍힌 것으로 보아 대리인이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갖게 한다.
물론 김씨의 번복·잠적소동은 여러가지로 풀이할 수 있다. 선거후 처우불만으로 이의원과 마찰을 빚은 후 폭로했다가 인간적 갈등을 느껴 번복한 것, 처음부터 이의원으로부터 모종의 사안을 얻어내려 치밀한 계획아래 행동한 것, 시선을 모으기 위한 영웅심리로 소동을 부린 것 등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그러나 어떤 경우도 최소한 앞서 제시했던 영수증에 대한 의문은 남는다.
사실 이번 사건에 대한 검찰의 태도는 도저히 납득할 수가 없다. 선거관련 수사를 맡아오던 관례를 깨고 경찰에 떠넘기고 경찰은 차일피일 미루다 결국 잠적한 셈이 됐다. 검찰은 뒤늦게 출국에 관계없이 이의원사건을 수사한다고 의욕을 보여 또 한차례 국민을 어리둥절케 했다.
어떻든 김씨의 폭로내용은 출국으로 일단락될 수는 없다. 민주화시대에 의혹이 쌓이게 되면 부담은 여당에 돌아간다. 검찰의 공소시효만기일인 내달 11일만 넘기면 된다고 생각하면 큰 착각이다. 국민의 가슴속에 의혹과 의문은 그대로 남게 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따라서 검찰이 진정으로 수사의지가 있다면 김씨의 소재를 확인, 귀국케 해야 하며 여당과 특히 이의원도 귀국을 성사시켜 그가 직접 모든 것을 밝히게 하여 의혹을 벗어야 한다. 또 야당도 섣부른 「은폐공작」 운운하지 말고 당국에 김씨귀국을 촉구하는 것이 순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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