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비린내속 의문점 많아/공중노출 쉬운 곳 총없고 탄피만/침투조가 사살한후 도주 가능성/운동화에 티셔츠 대부분 10대 후반서 20대【강릉=특별취재반】 희미한 어둠이 깔리기 시작한 18일 하오 6시30분 강원 강릉시 강동면 청학산(해발 376m) 남쪽능선 336m고지.
온 국민을 공포와 불안에 떨게한 11명의 무장간첩 사체가 발견된 10평 남짓한 공터는 채 가시지 않은 피비린내와 엉겨붙은 피, 탄피, 수류탄 등이 여기저기 흩어져 영화의 처참한 한 장면을 연상케 했다. 이곳은 잠수함이 발견된 해안에서 4㎞정도 서쪽으로 떨어진 곳이다.
사체 10구는 나란히 누워있었다. 약 1.5m가량 떨어진 곳에는 얼굴을 땅쪽으로 반쯤 돌린 채 쓰러져 있는 지휘관으로 추정되는 사체 1구가 더 있었다.
그러나 이들의 집단 죽음과 관련, 현장주변에는 집단 자살로 보기 어려운 의문점들이 곳곳에 남아있었다.
현장 주변에는 권총탄피 외에 북한제 AK소총 탄피가 5∼6개 발견됐으나 정작 소총은 어디에서도 발견할 수 없었다.
또 현장에서 발견된 유일한 총기인 권총 1정은 사용하지 않은 듯 지휘관의 허리 권총집에 그대로 들어있었다. 지휘관의 자살 경위가 의문으로 남는 부분이며 지휘관이 대원들을 모두 사살하고 자살했다고 보기에도 이해하기 어려운 점이다. 이밖에 집단죽음의 현장이 수색헬기가 발견했듯이 공중에서 쉽게 노출되는 곳이라는 점도 의문이다.
이같은 정황을 종합해 볼때 일단 잠수함의 좌초로 귀환이 불가능하게 된 무장간첩들이 전원 상륙한 후 임무를 띤 침투조들이 훈련이 안된 잠수함 승무원들을 사살한 후 집단자살한 것처럼 노출시켜 군경의 수색을 피하려 한게 아니냐는 추정이 강력히 대두되고 있다.
주로 흰 운동화와 감색 작업복 바지나 청바지에 노란색, 검정색, 청색 T셔츠를 입은 간첩들의 사체는 지휘관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으로 보였다.
현장에 가장 먼저 도착한 철벽부대 내륙2대대 수색중대 대원들은 『현장을 수색하는 길에 피비린내가 진동해 찾는 데 별 어려움이 없었다』고 말했다.
이 부대 전성원 상병(20)은 『상오에 총성이 잇달아 들려 교전중이라 생각했으나 그 총성이 아마 이들의 집단 죽음과 관련이 있던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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