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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층의 고통 외면/박진열 기획관리부장(메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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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층의 고통 외면/박진열 기획관리부장(메아리)

입력
1996.09.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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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나라경제를 걱정하는 사람이 많다. 정치인 관료 기업인 중소상인 등 모두가 경제를 일으켜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외채가 1,000억달러에 육박하면서 80년대 남미국가들을 떠올리기도 한다. 기업마다 다퉈 감량경영체제로 돌입하자 봉급생활자들조차 장래에 대해 불안감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정부도 실상을 감지, 이미 부총리 겸 재정경제원장관을 비롯한 경제팀의 면모를 일신하고 경제되살리기에 나섰다. 새 경제팀은 출범초부터 「고통분담」을 호소하며 경제회복의 모티프를 잡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그러나 최근 일부 지도층 인사들의 잇단 「고통외면」 행태가 국민들을 분통터지게 한다. 17일자 조간신문에만 고통분담을 외면하는 지도층의 일탈행동에 관한 기사가 두건이나 실려있다. 인천의 한 여당의원은 인천시청 잔디구장에서 경비행기가 축하비행하는 가운데 아들 결혼식을 호화판으로 치러 여론의 지탄을 받고 있다.

교육감선거에서 수천만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검찰의 수사를 받고 있는 충남도의 교육위원 4∼5명은 유럽출장중 다이아몬드를 사와 물의를 빚고 있다. 이들은 구입가 30만원이상 고가품은 신고하게 돼 있는데도 반입시 신고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여야 국회의원 일행은 해외여행중 시가 200만원짜리 최고급 루이13세 코냑을 사왔다는 한심한 작태도 보도됐었다. 일행중 한명이 공개해 드러난 이 사건은 동행했던 의원들이 뒤늦게 기자회견을 자청, 부인하는 낯뜨거운 해프닝도 벌어졌다.

그 뿐인가. 최근 하위직공무원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도 한층 높아졌다. 심지어 「주사전성시대」란 말도 생겨났다. 고위공무원이 모두 깨끗하다는 것은 아니지만 하위직 실무자들의 부패가 극심한 것을 두고 생긴 신조어다.

최근 만난 대기업의 부장은 인허가 신청을 낸뒤 봉투를 건네지 않고는 기약없이 기다려야 한다고 한탄했다. 문민정부 수립이후 개혁분위기도 이젠 실감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정부의 고통분담 호소가 지도층에서부터 메아리없이 공허해지면 나라경제는 되살아 날 수 없다. 오히려 국민들의 정서는 더욱 황폐화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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