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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때아닌 “인사 대란”/난데없는 지방발령·감원대상 일방통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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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때아닌 “인사 대란”/난데없는 지방발령·감원대상 일방통보

입력
1996.09.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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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임원 한직으로/“구조적 불황위기 맞아 심기일전 계기 충격요법”/일부선 세대교체·경영쇄신 명목 과감한 「발탁」도재계가 인사홍역을 치르고 있다. 정기인사철도 아닌데 난데없이 전보통지서가 날아오고 예고도 없이 지방발령이 나는가 하면 『이제 그만 나가줬으면…』하는 유무언의 압력이 가해지는 것도 예사다.

희망자에 한해, 퇴직장려금 등 거액을 얹어 명예퇴직제를 실시하는 기업은 양반인 셈. 감원대상자를 회사가 선정, 일방적으로 통보하는 본격적인 해고도 이미 시작됐고 고령임원을 경영일선에서 후퇴시키는 한직인사도 유행하고 있다. 보직이 없는 「사내실업자」도 심심찮게 등장하고 세대교체를 빌미로 까마득한 후배가 상전으로 임명되는 「거꾸로 인사」도 쏟아지고 있다. 한마디로 인사대란인 셈이다.

D건설은 최근 부장급 15명, 차장급 15명, 과장급 22명, 대리 8명, 사원 3명등 총 63명을 감원대상자로 선정, 『나가달라』고 통보했다. 이는 총직원 1,486명중 4.2%에 해당하는 숫자로 사무직 토목직 기계직 등 전부문에 걸쳐 이뤄졌다. D건설은 담당임원으로부터 부원들의 인사고과표를 넘겨받아 가장 점수가 낮은 하위그룹을 분류, 감원대상자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퇴직금 외에 퇴직장려금 등 보상은 전혀 없다. 이 회사 관계자는 『계열사인 D개발과 사무실을 함께 쓰는 등 내부적으로 양사업무가 통합돼 잉여인력을 줄일 필요성이 생겼다』며 『현재 대상자의 절반정도가 퇴직한 상태』라고 밝혔다.

때아닌 「고문바람」도 최근 재계인사의 두드러진 특징이다. 연말 인사철을 3∼4개월 앞두고 예고도 없이 고문으로 발령받는 임원들이 크게 늘어난 것이다. 고문으로 밀려난 일부 임원들은 일에 대한 박탈감을 못이겨 사표를 내기도 했다. 효성그룹은 최근 원무현 효성물산사장을, 해태그룹은 양종석 해태제과사장을 각각 고문으로 위촉했다. 최근 고려산업개발 고문으로 발령받은 심현영 전 현대건설 사장은 사의를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본사를 다른 지방으로 이전, 가정형편상 동반이사나 계열사 전출이 불가능한 사원들이 자진퇴사한 경우도 있다. 본사인 인천조선소를 10월중순까지 전남 영암군 삼호조선소로 이전키로 한 한라중공업의 경우 최근 인천조선소 소속근로자 1,800여명중 180여명이 퇴사를 결정했다.

이밖에 아시아자동차는 이미 7월에 고령자를 중심으로 임원 5명을 자진사퇴 형식으로 퇴직시켰다.

감원과 함께 세대교체 및 경영쇄신을 위한 과감한 발탁인사도 쏟아져 나오고 있다. 뉴코아백화점은 지난달 입사 5년차인 계원씨(32)를 평촌점의 부점장격인 판매총괄실장으로 전격 발령했다. 또 의약품 유통판매회사인 한국오츠카제약도 최근 차장급인 엄대식씨(35)를 대표이사 사장으로 전격 선임했다.

재계 관계자는 『최근 인사는 경영부진에 대한 문책이나 세대교체, 인력재배치 등 다양한 성격을 띠고 있으나 구조적 불황이라는 위기를 맞아 심기일전의 계기를 마련하고 자진퇴사분위기도 만들기 위한 일종의 쇼크요법이라는데 공통점이 있다』고 설명했다.<남대희·서사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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