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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뢰금지」 이상과 현실사이/정진석 정치1부 기자(기자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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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뢰금지」 이상과 현실사이/정진석 정치1부 기자(기자의 눈)

입력
1996.09.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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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하오 국제의회연맹(IPU) 총회가 열린 북경(베이징) 국제회의센터 대회의장.「여성과 어린이의 인권보호」 및 「식량권확보를 위한 전략」을 주요의제로 결정한 본회의는 곧바로 추가의제 채택을 위한 표결에 들어갔다. 재석 3분의 2 이상을 득표한 안건중 최다수 득표로 채택된 추가의제는 독일과 캐나다가 제안한 「대인지뢰의 생산·사용금지 및 제거안」에 관한 문제.

지뢰의 생산 사용 및 비축을 금지하고 이미 매설돼 있는 지뢰까지 제거하자는 다짐을 「세계의회」의 이름으로 결의하자는 내용이다. 지구촌 의회의 긴밀한 협력으로 전세계의 평화무드를 향도하자는 IPU의 이상이 진하게 묻어나온 안건인 셈이다. 그러나 매우 유감스럽게도 한국대표단은 이 문제에 대한 찬반입장을 밝히지 못했다. 한국측에 할당된 16표는 모두 기권이었다. 북한대표단은 아예 표결에 불참해 버렸다. 남과 북이 군사적으로 대치중인 한반도의 특수상황을 감안할때 「지뢰의 포기」는 곧 무장해제를 의미하는 만큼 선뜻 찬성표를 던질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그렇다고 반대표를 던지자니 자칫하면 한국의 입장이 호전적으로 비쳐질 수가 있어 고심끝에 기권을 택하기로 했던 것이다.

한국대표단이 지뢰표결에 기권한 것은 말할것도 없이 일방적인 무장해제의위험성 때문이다. 지뢰문제에 대한 국제사회의 우려는 충분히 공감하고 있지만 지뢰금지에 대한 남북한의 사전합의가 전제되지 않은 「지뢰결의」는 실효성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게 한국측의 기권이유다. 이라크가 긴급의제 채택을 요구한 「이라크에 대한 미국의 미사일 공격문제」역시 한국측은 반대 12·기권 4표, 북한측은 찬성 14표였다. 휴전상태인 한반도의 냉엄한 현실이 IPU총회장에서 여과없이 드러난 장면이었다. 평화문제를 토의하자는 IPU 개막 첫날, 전세계 의회정치인들은 지구상의 유일한 분단국가인 남과 북의 현주소를 똑똑히 목격하고 있었다.<베이징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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