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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바로 세우기」 현장 지휘/김기수 검찰총장 취임 1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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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바로 세우기」 현장 지휘/김기수 검찰총장 취임 1년

입력
1996.09.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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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상 개선·수사영역 확대 평가/“표적사정” 시비… 중립성 확보 숙제「역사 앞에 부끄럽지 않은 검찰을 만들겠다」는 취임사로 검찰 사시시대 문을 연 김기수 검찰총장이 16일로 취임 1주년을 맞는다.

그는 최근 대검간부들에게 『검찰총수라는 자리를 즐겨 볼 여유조차 없이 정신없이 달려온 한 해』라고 1주년을 맞는 심경을 밝혔다.

말 그대로 김총장은 취임이후 사건에 묻혀 2년 임기의 절반을 보냈다. 취임 한달만에 전직대통령 비자금사건 수사가 시작됐다. 5·18특별법제정과 12·12및 5·18사건수사가 숨돌릴 사이 없이 이어졌다. 그는 지난달 26일 전직대통령 등 관련피고인의 1심공판이 마무리될 때까지 거의 1년간을 「역사 바로세우기」 작업의 중심에 서서 검찰권행사의 방향과 수위를 진두지휘해야 했다.

검찰내부에서는 취임 1년을 맞은 김총장의 업적으로 선거문화 정착노력을 꼽는다. 15대총선을 치르면서 공명선거 풍토를 정착시키고 불법선거 운동을 사전에 차단, 선거폭력을 최소화했다는 것이다. 공정거래위원회와 증권감독원 간부, 은행장 등 비리와 관련된 경제계 고위인사를 과감히 사법처리하는 등 과거 검찰이 손대지 않았던 경제분야에까지 수사영역을 확대한 것도 눈에 띈다.

새로운 검찰상을 정립하려는 노력도 꼽힐 만한 대목중의 하나. 예를 들어 공손한 전화받기와 민원실 정비 등은 국민에게 다가서는 친근한 검찰을 만들려는 노력으로 평가받고 있다. 직원을 도열시켜 일방적인 지시사항을 전달하던 권위주의적 「총장훈시」를 없애고 자연스런 분위기에서 특정사안이나 당면과제를 주제로 논의하는 강화형식으로 전환한 것도 문민검찰다운 발상으로 평가받고 있다. 부산고검장시절 일간지에 칼럼을 연재할 정도로 뛰어난 필력의 소유자인 김총장은 「미국방문소감」 「검찰인의 자세―생존인에서 생활인으로」 등의 원고를 직접 작성, 강의해 직원들에게 신선한 인상을 심었다.

취임후 단행한 2차례 인사에서 지론인 「음지―양지론」에 따라 소위 「물먹었던」인사들을 주요 보직에 과감히 기용하는 새로운 인사패턴으로 화제를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그러나 그가 취임초 약속했던 검찰의 중립성 확보가 재임 1년간에 제대로 이루어졌다는 평가는 아직 없다. 검찰이 특정세력을 겨냥한 사정은 결코 없다고 거듭 천명하고 있지만 정치권에서는 「표적사정」 「편파수사」시비가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검찰이 기소할 여야의원 비율을 맞추느라 고민하는 모습이 과거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검찰이 문민시대를 맞아 상대적으로 높아진 권한과 위상에 걸맞게 공명정대하고도 중립적으로 검찰권을 행사했다는 평가는 아직 다수 의견이 아니다.

비록 김총장 재임중에 일어났던 사안은 아니라 하더라도 검찰은 12·12사건을 기소유예처분하고 5·18사건을 공소권 없음 결정했다가 5·18특별법제정에 따라 입장을 1백80도 바꾼 「전과」가 있다. 검찰중립의 단초는 전직대통령을 역사의 법정에 세웠다는 자랑스러움에서보다 등떼밀린 수사착수과정을 반성하는 데서 찾아야한다는 지적이 많은 것도 이 때문이다. 이 점에서 김총장의 남은 임기 1년이 검찰중립성확보를 위한 중요한 시기임은 분명해 보인다.<이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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