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결혼·순결 등 독특한 시각으로 해부/신세대 여성철학자철학자도 튀어야 산다? 이주향씨(33)는 「교양철학」 「문화인류학」등 수원대에서 주로 교양과정을 강의하는 여성철학자이다. 하지만 두꺼운 안경을 쓰고 칸트의 「순수이성비판」이나 헤겔의 「정신현상학」을 옆구리에 낀채 근엄한 표정을 짓는 학자가 아니다.
93년 「책의 해」에 그는 MBC FM라디오 「윤상의 디스크쇼」에 고정 출연, 동서양의 고전을 소개했다. 지금은 SBS라디오의 수요프로그램 「밤이 흐르는 곳에」에 나와 철학을 강의한다. 그의 방송강의에는 토마스 아퀴나스나 비트겐슈타인이 등장하지 않는다. 그의 말로 하자면 「문화철학」, 곧 사랑과 문화 속에서 철학하는 것, 또는 주체적으로 생각하며 사는 법을 찾는 작업이다. 그가 이런 주장을 담아 여성과 문화에 대한 에세이 「나는 길들여지지 않는다」(명진출판간)를 냈다.
「쾌락을 억압해 온 성이 폭력적이고,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가부장적 권위를 강요해 온 제도가 굴욕적이라면 아무리 해방의 띠를 둘렀어도 사랑이 없는 쾌락은 허무해 보인다」
그가 사회문제를 보는 시각은 온건한 페미니즘이나 제도비판론의 이름으로 요약할 수 있다. 「목욕탕집 둘째 며느리가 슬펐던 이유」 「순결이 웃기는 이유」 「연하의 남자가 배우자로 좋은 이유」 「이현세의 까치에 반한 이유」 등 쉽고 재미있게 쓴 14편의 글은 사랑과 성교, 결혼과 이혼, 여자와 남자에 대한 논리적 이색주장으로 가득하다. 『많은 철학자들이 어려운 말로 둘러가는 길을 쉬운 말로 질러가기로 했다』는 그는 『이런 주장에 정답은 없다. 문제는 풍성한 토론의 문화가 마련돼야 한다는 것』이라고 이야기했다.<김범수 기자>김범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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